(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기업데이터(KED)가 송병선 대표이사의 주도 아래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사측 주장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송 대표 퇴진을 요구했던 가장 큰 원인인 취업비리 협의가 남부지검에서 무협의로 종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제2노조가 출범,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투쟁 원동력이 급격히 상실됐기 때문이다.

송 대표를 위시한 경영진도 노조와의 동시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사내 갈등으로 피폐해진 직원들의 복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등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표이사 및 임원진의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노사 대립이 격화됐던 한국기업데이터가 노조 측이 제기한 취업비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소식과 함께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KED는 240조원(2020년 기술금융 잔액 기준)에 달하는 기업대출을 평가하는 회사다. 2004년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등 국책기관과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공기업으로 출범한 뒤 2012년 민영화됐다.

경영진의 독단적인 인사 정책을 주장하며 시작한 노조의 반발은 사측의 원격지 보복인사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의혹이 겹치며 법정 다툼까지 비화됐던 상태다.

사측에 따르면 전 인사부 직원의 신고로 작년 금융감독원 조사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서울남부지검에 이첩된 채용비리 관련 수사는 현재 노사 양측의 거듭된 수사 촉구에 힘입어 무혐의 종결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채용비리에 근간해 보복 인사, 직원의 부당한 사망 등을 주장했던 노조의 움직임에도 큰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상급단체의 명의로 성명서까지 발표했음에도 시발점이 된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노조 입장에선 경영진을 압박할 뚜렷한 명분을 잃게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현 노조의 방침에 반발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제2 노조가 설립된데다, 노조원 역시 기존 노조를 넘어설 정도로 거대화하면서 한국기업데이터의 노사 갈등도 조만간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교섭단체 선정을 놓고 기존 노조와 제2노조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영진 입장에선 제2노조 등장이 협상 과정에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갈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경영진 역시 기존 노조와 제2 노조 모두와 협상을 진행하고,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에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혼란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부적으로 사업확장 및 수익성 향상이란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사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추문’에 휘둘렸던 상황을 반성, 이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기업데이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11억원 증가한 약 570억원(세금계산서 기준)으로 24% 성장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연말까지 가면 한국기업데이터는 5개 기업신용평가사(기업CB) 중에서 최초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앞서 한국기업데이터는 2018년 625억원에서 2019년 825억원의 연 매출을 기록해 4년 만에 기업CB 시장에서 매출점유율 1위 기업의 위상을 회복한 바 있다. 

한국기업데이터 경영진은 향후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한편, 일련의 사태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직원들을 배려해 ‘마음치료’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는 등 내부 조직원의 상처 봉합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노사갈등 봉합 및 경영정상화를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각종 고소, 고발로 '현재진행형'인데다 대립 이슈에 대한 시각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

실제로 채용비리 혐의를 주장,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 등 또다른 당사자인 노조는 채용비리 혐의가 무혐의로 가닥을 잡혔다는 주장이 지나친 억측이란 반응을 보였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해 검찰은 별도의 발언을 아끼고 있는 상황. 결국 당사자인 사측과 노조가 수사 진행 상황 및 분위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무혐의 종결에 대한 양측의 입장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노조는 현재 단순 채용비리가 아닌, 노조측에 대한 사측의 고소, 고발 남발로 인해 야기된 노동탄압에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며 경영진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기업데이터 관계자는 “회사가 정보처리 기관으로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내부 조직원 관리에 소홀해 각종 추문에 흔들리게 된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고통을 받은 직원들의 처우 및 복지 개선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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