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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황정훈 조세심판원장 “심판청구 최대 가치는 ‘신속’…길어지면 기업개인 고통 커져”

출처 : 조세금융신문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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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고승주 취재부장, 촬영 김진산 기자) 

 

로마 법언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LEX DIL ATION ES A BHORRET). 세금이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을 찾는 납세자 수가 급증하자 최근 황정훈 조세심판원장이 강조하는 격언이다.

청구사건이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사건 난이도도 높아지고 있다. 유례 없는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조세심판원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관리자들도 사건조사서 작성에 나서고 있고, 세금별 담당관제도 부활했다. 억울한 납세자가 없도록, 공정한 과세처분이 유지되도록, 첫째가 신속한 처리, 둘째가 공정한 처리다. <편집자주>

 

납세자는 과세행정에 불복할 권리가 있고, 조세심판원은 행정부 내 최종심결기관이다. 납세자는 여기서 구제되면 소송 없이 사건을 끝낼 수 있다. 역으로 관청에선 조세심판원에서 이겨야 과세행정을 유지할 수 있다. 조세심판원은 둘 사이에서 공정성을 확립하는 무게추 역할을 한다. 국세청, 감사원도 심결 기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조세심판원만큼 신뢰 받는 기관은 없다. 전체 조세불복사건의 80~90%가 조세심판원으로 향한다. 세종시 세종청사 2동 4층에 자리잡은 조세심판원 각 심판부를 살펴보니 곳곳마다 서류들이 가득했고, 원장실에 들어서니 취재진에게 악수를 청하는 황정훈 조세심판원장 뒤편 벽면에도 역시나 서류 더미가 쌓여 있었다.

 

악수 너머 손, 그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조세판원은 5월, 세종청사 4동으로 이사갑니다

 

“저는 삼십년을 공무원으로 지냈습니다. 국세청에서 시작해서,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소(조세심판원의 옛 이름)를 거쳤고, 사무관과 과장 경력을 기획재정부 세제실 등 세법을 다루는 곳에 있었습니다. 고위공무원 임관 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돌아와 5년 5개월을 지냈죠. 지난해 7월 25일 조세심판원장에 임명됐습니다. 조세심판원장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도 부여됩니다.”

 

조세심판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청구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2년 6000여건이던 연간 청구건수는 2019년 8000여건, 2020년에는 1만 3000여건 가까이 솟구쳤다. 조세심판원은 조금이나마 인력도 늘려보고, 새로운 일처리 방식도 도입했다.

 

한해 사건처리건수를 1만 2000여건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2017년 1600여건, 2019년 3000여건, 2021년에는 4400여건…. 밀려오는 일감에 매년 다음 해로 넘어가는 누적 사건들도 많아졌다. 납세자들은 한때 사건처리가 지연되면서 생업에 지장을 받았다. 병목현상이 조금 풀려 의견진술하러 먼 길을 찾아와도 비좁은 조세심판원 사정 때문에 복도를 서성여야 했다. 황정훈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조세심판원이 오는 5월 이사를 합니다. 대기실이 없다 보니 ‘1층 구내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전화 받으면 올라오세요’라고 하고. 의견진술인 분들의 고생이 많으셨죠.”

 

“내부적으로도 웃지 못할 일이 많았습니다. 사건 처리자료를 10년간 보관해야 하거든요. 이걸 꼭 보관합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 합동회의장이 서고예요. 자료둘 곳이 없어서였습니다. 중요사건이 있어 심판관 합동회의 한번 하려면 그때마다 ‘이번엔 어디로 자리를 마련해야 하나, 1동에 자리난데 없나’ 이랬었습니다. 법원에서 재판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황정훈 원장은 지난해 정부 예산안 편성 기간 내내 국회 등을 전전하며 조세심판원 공간확보에 전력을 다했다. 처음에는 국회의원들도 믿지 못했다. 명색이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인데 회의실 하나 없어 사방을 전전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유였다. 황정훈 원장이 서고 노릇을 하는 합동 회의장 사진까지 보여주자 ‘이건 꼭 이사가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당연한 건데, 정말 당연한 건데 법원에 재판정이 없는 거나 다름없었지요. 남들이 알면 기막혀해요. 어려움이 너무 많았고, 납세자, 의견진술인 분들도 너무 힘들어하셨었지요.”

 

“그런 거는 이제…. 우리가 5월에 이사하면 길거리에서 헤매는 일은 없겠죠.”

 

과장들이 발 벗고 나섰다

 

비좁은 장소는 어렵긴 하나 해결 방법이라도 뚜렷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심판청구 문제는 해법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1만건을 훌쩍 뛰어넘는 청구건수, 이 와중에 사건 난이도는 오르고 있다. 심판원 인원이 늘어나면 숨통이 조금 트이겠건만, 정부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은 당연한 걸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공무원들이 소명의식 없이 일을 안 하려는 것을 복지부동이라고 하잖아요. 실제 안 할 수 있습니다. 처벌도 안 받습니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아서 일하는 건데 의미 있게 국민을 위해 일해야죠.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다가 접시를 좀 깰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님께서도, 총리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일하다 접시 깨는 거 문제 안 삼겠다고.”

 

황정훈 원장은 5년 5개월 최고참 심판관이었으며, 지금은 심판원장이다. 그는 어렵더라도 해답을 내놔야 했다.

 

“저희는 세법, 세금제도, 세무행정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습니다. 사건 조사 담당 인력 중 50%가량이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죠. 심판청구 수요가 2017년 이전에 6000~7000건 하다가 최근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문 인력을 보충받는 게 중요한 데 예산엔 제약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 예산, 현 조직, 현 인력 하에서도 찾으면 할 일은 많습니다. 그런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올해부터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일정 등급 이상 난이도의 심판조사서를 작성한 심판조사관(직급: 과장)에게 인사상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입니다. 법령을 보면 과장들은 심판조사서 작성에 주된 사수입니다. 사무관들은 부사수입니다. 어려운 사건들을 과장들이 맡아주면 사무관들의 부담이 줄어드니 좋죠. 우리 일에 대한 신뢰성도 올라갑니다.”

 

조세심판원 심판조사관(과장)은 기업으로 치면 부장급 이상 관리자를 말한다. 이때부터는 현장 실무에서 한발 물러서고, 조직 운용·관리가 주 업무로 들어온다. 하지만 심판원처럼 법률 전문가 집단은 일종의 장인집단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베테랑이 실무를 맡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이득이 많다고 황정훈 원장은 설명했다.

 

다만, 당사자인 과장들이 쉬이 받아들일지 의문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뜻밖의 것이었다.

“심판조서서 작성을 할지 안 할지 100% 과장들 개인 선택에 맡겼습니다. 사람마다 다 상황이 다릅니다. 과장 업무 중 부서원들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거거든요. 그런 업무가 더 필요한 과도 있습니다. 자녀가 입시 등 중요한 시기에 있다거나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도 있죠.”

 

“일정 난이도 이상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주고, 나머지는 각 개인 선택에 맡겼습니다. 대신 일한 만큼 보상은 주겠다, 인사에서 가점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진 모르겠습니다만, 대다수 과장들이 손을 들고 조사서 작성을 하겠다고 나서서 지금 한창 사건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보직 편중이 아닌 균일한 전문성

 

황정훈 원장의 시도는 하나 더 있다. 조정팀 내 세목별 담당제 부활이다.

심판행정은 각 심판부 심판조사관실에서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주장을 모아 사건에 대한 조사서를 작성하고, 심판부 내 심판관들이 조사서를 보고 한 차례 의결을 내린다. 조정팀에서는 심판부 의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나 심판원 내 유사 심판결정들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는지, 기존의 해석을 바꿔야 한다면 그것이 타당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세심판원장에게 보고한다. 조세심판이 빗나가지 않게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존에는 조정팀이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소득세, 개별소비세 등 세목과 관계없이 사건을 배당받아 조정 검토 작업을 했었다. 황정훈 원장 취임 후부터는 각 조정팀원들이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 소득세 등 세금 항목별로 전담하게 됐다. 그 이유에 대한 황정훈 원장의 답은 전문성이었다.

 

“전문성은 체력과 같은 것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처럼 체력이 바탕이 돼야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제가 국세심판소(조세심판원의 옛 이름) 사무관으로 일하던 시기엔 조정팀에 세목별 전담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직원들이 어려운 사건이 있어서 조정팀원을 찾아가면 그 팀원이 캐비넷에서 내게 필요한 대법원 판례를, 기획재정부 세법 예규를, 바로 그 자리에서 찾아줬습니다. 하나의 일을 오래 하다보니 전문성이 깊어진 것입니다. 대단히 유용한 제도였습니다.”

 

세목별 조정 전담제도는 충분히 타당한 측면이 있다. 전문성이 높은 분야는 되도록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좋다. 공무원 조직에서 그렇게 못했던 것은 사기업과 달리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바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보직 배치 등 기회에서의 평등이라도 확보하려 한다.

 

조세심판원도 그랬다. 선호와 비선호 업무가 확연히 갈린다. 누구는 선호 세목만 하고 누구는 비선호 세목만 맡는다면 조직이 흔들린다. 실제 이런 이유로 세목별 조정 전담제도가 사라졌었다. ‘보직 경로가 경직되지는 않을까요’라고 물어보니 역시 황정훈 원장도 알고 있었다.

 

“과거 세목별 전담제가 폐지됐을 때 누구는 법인세만 하고, 누구는 상증세, 누구는 부가가치세만 하고, 그런 게 가장 컸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납세자들은 누가 법인세를 하고, 누가 개별소비세 업무를 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내 사건이 신속 정확하게 처리되는 것을 바라지 어떤 공무원이 하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누구는 선호 업무를 하고, 누구는 비선호 업무를 한다, 이것은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의 사고입니다. 납세자들에게 양질의 신속, 정확한 서비스를 하려 한다면 나올 수가 없는 말입니다.”

 

전담제를 하려면 충분한 보상을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를 달자 황정훈 원장도 맞장구를 쳤다.

 

“당연합니다. 누구는 선호 업무만 맡고, 누구는 비선호 업무만 맡기겠다는 게 세목별 전담제의 취지가 아닙니다. 전담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2년 하던 기존 보직 순환주기를 3~5년 정도로 늘린 것에 불과합니다. 개인 경력 상황에 맞춰 보직을 배치할 거고, 비선호 세목을 담당하던 직원은 다음 주기에 선호 세목으로, 선호 세목을 하던 사람은 비선호 세목으로 옮기게 됩니다. 다만, 순환 주기를 늘려 개인에게 충분한 전문성을 기르게 하자는 것이 세목별 조정 전담제의 진정한 취지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황정훈 원장이 조세심판원장을 지낸 지 이제 반년 지났을 뿐인데 벌써 사무실 확장, 조직 운영체계 변경 등 일 년이 지나도 나오기도 어려운 다양한 개편, 개혁작업들이 쏟아졌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단순한 의욕 때문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가 30년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5년 5개월여를 심판관으로 지내면서 쌓아온 고민·철학·가치 등이 궁금해졌다.

 

“로마 법언을 보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란 말이 있습니다. 저는 늘 신속성, 공정성 그리고 전문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신속성을 꼽겠습니다. 과세관청은 심판결정이 늦어지면 자원을 불필요하게 소모하게 됩니다. 납세자는 송사 몇 년에 기업·개인은 뿌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4년, 5년이나 걸려 구제받는 기간 동안 당사자의 뿌리가 뽑힌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죠. 그래서 심판원은 납세자에 한해 단심제를 취합니다. 법원보다도 더 신속한 권리구제를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심판의 취지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공정성입니다. 조사관부터 심판관까지 각 개인의 자율심증과 법령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중요한 사건은 여러 번 심판관 회의를 거치기도 하고, 아주 예외적으로 재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사건처리에 시간이 걸리겠죠. 공정성은 신속성과 다소 상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신속성, 공정성, 이를 결합시키는 것이 전문성입니다. 심판관들, 조사관들 모두 마찬가지죠. 저희 심판원의 전문성은 매우 높다고 자부합니다만, 계속 전문성을 유지, 발전하려면 꾸준히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과장들에게 심판조사서 작성을 제안하고, 세목별 조정 전담제도를 부활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렇지만 민생은 어렵다

 

황정훈 원장이 2017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국장)으로 돌아온 후 많은 일이 있었다. 평생 한 번 겪어 볼 일이 겹치고 겹쳤다. 연간 사건청구 건수가 6000~7000건에서 1만건을 돌파하고,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업무부담이 대폭 늘었다. 밀려드는 사건에 셋방살이 신세였던 조세심판원을 이전해야 했다. 이제는 무역수지 악화·글로벌 경기침체 등 우리 경제가 처음 겪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가 옛날부터 일을 몰고 다니는 일복이 많다고들 합니다. 그때는 참 힘들었어요. 지나고 보니 그때 마주쳤던 일들, 만났던 사람들, 배웠던 것들이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위기 극복, 새로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일,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지요.”

 

영세납세자 걱정이 크시겠다고 말하자 황정훈 원장도 깊이 동감을 표했다.

 

“소액사건은 절대적 금액은 작지만, 절실한 정도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큽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분들도 계십니다. 소액사건에 대한 권리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소액사건들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데요. 그래서 소액사건 의견진술은 서울에서 받는데 격주하던 것을 매주로 확대했습니다. 의견진술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주려고요. 심판관 한 명보다는 여러 심판관들의 의견을 모아 공정한 심결을 내리도록 매주 소액사건 회의도 합니다.”

 

납세자는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영세 상공인들은 돈을 낼 여유가 없다. 무료 국선대리인 제도가 시행됐지만, 아직 혜택의 폭은 작다. 황정훈 원장도 국선대리인 제도를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판청구를 어떻게 하는지, 세법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우리가 세무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을 모른 척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국세기본법 시행령을 바꾸어 국선대리인 지원대상을 기존 3000만원 이하 사건에서 5000만원 이하 사건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선대리인수가 20명인데 이것도 좀 더 늘리려고요. 좀 더 많이 위촉해서 소액 납세자 보호를 위해서 만전을 기하자, 그리고 지금은 개인만 국선대리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걸 영세법인들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하고 협의를 해야죠.”

 

세간에선 사람 있는 곳에서 우물을 파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중견기업, 대기업들이 본사와 가까운 심판을 받도록 서울 분원을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실제 납세자 70%가 수도권에 있다. 황정훈 원장은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답했다.

 

“과세 건수 70%가 수도권에 있죠. 저희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같은 정책부서, 보훈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있으니까요. 이 논리라면 정부기관들은 세종시에 오면 안 됐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을 활용해야 국가가 발전한다, 당장은 비효율적이어도 장기적으로는 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이 균형발전에 공감해왔기에 정부기관들이 내려온 것입니다.”

 

“중장기적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러한 사회적 합의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납세자분들의 불편이 크시죠. 조세심판원에서는 이를 보완하고자 지방 순회 심판제도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있습니다만, 정부 방역 지침의 변화로 긍정적 변화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립니다.”

 

조세심판원이 처한 상황,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 지키고자 하는 가치, 그런 것을 듣다 보니 조세심판원이 값어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다.

 

각 심판부에는 탈세를 한 나쁜 사람들도 오겠지만, 어렵고 억울한 사람들도 있을 터였다. 그들을 마주하는 심판원은 이사를 다녀야 할 정도로 작고,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이라지만 밀려드는 사건에 치여 관리자인 과장까지 나서야 할 정도가 됐다. 황정훈 원장에게 이는 애석함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인듯 싶었다.

 

“조세심판원은 장관급 정책부서와 비교해 그 의미와 업무량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에 대한 인지도는 좀 낮죠. 겪기 전에는 잘 모릅니다. 근로소득자들이야 회사가 다 알아서 해주지만,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조세심판원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죠.”

 

다른 행정심판을 다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나 소청심사위원회가 차관급 조직인 반면 조세심판원은 이보다 한 단계 아래인 1급 조직에 머물러 있다. 조세심판원의 성장을 가로막는 누름돌 아니냐고 묻자 황정훈 원장은 그런 말도 들어봤다고 답했다.

 

 

“조세 이외의 일반 행정사건 불복을 담당하는 데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인데 여기가 차관급인데 같은 행정사건 중 조세를 담당하는 조세심판원은 왜 1급이냐는 말씀이시죠?”

 

“(기자:) 보통은 처분청하고 균형을 맞추지 않겠습니까. 검찰총장은 장관급이죠. 그런데 대법원장이 차관급이라면 이상할 겁니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이고,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도 큽니다. 이들의 과세행정을 심판하는 조세심판원이 1급이면 좀 작은 것 아닌가, 그런 말입니다.”

 

“그런 말이 있을 수 있죠. 보통 행정기관은 1국 3과 체제인 데 여기는 1국 2과 체제고요. 조정검토 업무가 굉장히 중요한데 행정팀장이 과장급이라서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 하는 일이 양이나 하는 값어치에 비해 어느 행정기관에도 뒤처지지 않지만, 전체 정부 조직 내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하기도 합니다. 균형을 맞추면서 공감대는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전체 하는 일과 맞춰서 하는 바꿔가는 거죠.”

 

마지막으로 맺음말을 요청했다.

 

“저희들은 자부심을,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희는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일의 강도도 높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갖고 성원해주시면 저희도 더욱더 힘을 내서 납세자 권리보호와 과세관청의 정당한 과세를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묘년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지금 이상의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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