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일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검토를 발표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가 지난 3일 열렸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갑, 민주연구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TF(단장 유동수 의원)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산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웅래 의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자자 보호 없이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그동안 거래소가 제멋대로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폐지시킬 때, 세력들이 투자자를 비웃으며 시세조작을 할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은 그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안정, 산업의 육성 보호에 주력해야 한다”며 민주연구원 여론조사를 인용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상자산의 과세를 1년 유예하자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수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금융당국, 투자자, 거래소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며, “장외거래, 개인 간 거래, 거주자의 해외거래소 이용 등 다양한 예외상황을 고려하여 과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욱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는 “과세당국은 가상자산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고 여전히 과세 수용성도 낮다”며 “올해 안에 법을 만들고 내년에 과세 인프라를 준비해서 2023년부터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당대표는 “가상자산 투자인원이 800만 명이 넘지만 가상자산의 개념이 법적으로 모호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도 미비”하다며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투자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현안을 점검하고, 투자자 보호 및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오문성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방안 및 제반 문제점’ 발제를 통해, 가상자산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세제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오 교수는 "가상자산은 그 성격상 신종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나, 국제회계기준상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라며 "국제회계기준상 금융자산은 계약에 의해 성립되어야 하지만 가상자산은 그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회계기준 상 계약의 의미를 조정해 가상자산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거나 가상자산이 계약없이도 가상자산에 포함될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이  된다면 향후에는 금융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방안’ 주제발표에서 장기간에 걸친 원금손실에도 불구하고 당해 연도 투자이익에만 과세하는 점, 취득가액 입증을 납세자에게 전가시키는 점 등 불합리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최근 4년간 누적된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금액이 4조원을 초과”하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불공정행위를 점검하고 다양한 디지털 자산의 출협을 대비하는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가칭)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법학회 이정엽 부장판사는 “가상자산에 대한 생태계도 없는데 과세를 하는 것은 해외에서 발생한 투자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가상자산 과세는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개인 간 거래(P2P 거래)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고, 원화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장성원 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과세 인프라가 부족한 현 시점에서, 가상자산 과세는 음성적인 거래를 촉진시켜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위축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국처럼 가상자산을 상장지수펀드(ETF)로 승인하여 제도화된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과세는 대선공약으로 지속적으로 논쟁이 될 수 있고, 과세가 시작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거래소의 재산권 보호라는 투자자 보호가 우선되는 가운데, 이후에 과세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강동익 부연구위원은 “과세 인프라가 준비되고 있는 점, 소액주주 이외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이미 과세되고 있어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적합하다”이라면서 “가상자산소득 중 생산적 투자 성격이 있는 경우 금융상품으로 제도화하여 금융투자소득과 함께 2023년에 과세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박주영 과장은 “정부는 관계부처 공동으로 가상자산 불법행위에 대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생태계는 여전히 보수적인 여론도 있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민주연구원이 케이스탯리서치를 통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사흘 동안 조사한 결과 응답자 57%는 가상자산을 투기금융상품(43.6%)이나 사기상품(13.4%) 등 부정적으로 인식했지만, 47.6%는 청년세대의 투자환경을 위해서는 가상자산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는 주식의 과세 시기(2023년)에 맞춰 1년 유예하자는 의견(53.9%)이 우세했으며, 특히 가상자산 투자경험 비율이 높은 20대~30대는 과세유예 의견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유예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미흡 33.3%, 주식 세금부과 시기와 형평성 26.6%, 과세준비 미흡 23.0% 순으로 이유를 밝혔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기준은 주식과 같이 연간 투자이익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하자는 의견이 58.8%, 투자이익 25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하자는 의견이 36.8% 등 과세대상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법제화한 조치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3.4%였고, 디지털 자산 관련 감독기관 설립 찬성에 대해서 57.7%가 응답했다.

노 의원은 “이번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과세 및 디지털 자산 감독원 설립 등 가상 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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