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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첫 해의 경제성적표가 썩 좋게 나오지는 않았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경제성적표는 통계로 말하는 것"이라며 지난 1년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재벌 개혁과 세제 투명성 제고 등 성과도 꽤 있지만 "2%대 성장률", "8%대 청년실업률과 이태백(20대의 태반이 실업자)", "37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등 참여정부 출범 1년의 한국 경제의 단면도 앞에서는 빛을 발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예상밖의 수출 호조 덕분에 마이너스 성장은 겨우 면했으나 내수와 투자 부진으로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데도 해결책은 묘연한 실정이다.
금융 분야도 만만치 않다. 신용카드사들의 위기에서 비롯된 금융 체제의 불안은 400조원을 넘는 가계 부채의 가공할 위험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지난 97년의 "외채 위기" 못지 않은 "내채 위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안에 부적절한 대처 1년..재벌.세제는 나름대로 성과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1년은 각종 현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받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부동산정책에서 대안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민의 정부 이래 잔뜩 풀린 돈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 때문에 부동산을 빼고는 갈 곳을 못찾는 상황이 참여정부 들어 지속됐으나 실물과 금융의 불일치라는 근본적 원인은 도외시한 채 형평에만 치중해 4∼5차례의 대책을 모두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 효과를 못보자 정부는 강도를 높이는 우를 범했다. 핵심 대책 수립에 참가한 당국자조차 "오랜 경험에 비춰 세금은 집값 상승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출 수는 있지만 근본 대책은 못된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신(新)관치"의 상징인 신용카드 대책도 마찬가지다. 순익이 2조원을 넘던 카드사들이 불과 1년 만에 빚더미에 올라 앉자 매각이나 폐쇄 등의 단호한 조치 대신 금융기관의 추가 자금 지원이나 만기 연장, 심지어는 카드사들에 대한 감독 기준 완화와 계열사들의 편법성 지원 같은 미봉책으로 수습하려 들었다.
그러나 엉터리 경기 회복 전망에 바탕을 둔 카드사들의 유동성 호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데다 정부기관이 선도한 빚 탕감 움직임으로 신용불량자들 사이에 도덕적 해이가 대거 번지면서 11월에는 LG카드 위기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당시 사태 수습에 나섰던 차관급 고위 관리는 "4월 대책 마련 당시 최악, 중간, 최상의 3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경기와 소비가 2.4분기부터 회복되리라는 전망을 근거로 중간 수준의 정책을 택했으나 결과적으로 대실패작이었다"고 자책했다.
다만 참여정부가 초기부터 강조한 재벌 개혁과 세제 분야의 투명성 제고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그룹 소유구조 공개와 가공자본 창출 억제,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지주회사 제도 확산, 내부거래 조사 강행과 함께 집요한 반대를 뿌리치고 관철시킨 증권집단소송제 입법 등은 개혁 의지의 성과물이다.
아울러 상속.증여세제 포괄주의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나 접대비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참여정부 첫 1년의 귀한 공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규칙 사라진 자리엔 목소리 큰 세력만
"참여"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기대는 규칙 준수 대신 "목소리 크면 최고"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정부는 자기 이익만 주장하고 대안은 없는 "참여자"들의 주장들을 수습하느라 꼬박 1년을 지새야 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조흥은행 노조의 저항에서 국민의 세금을 특정 업종에 지원하는 엉뚱한 해법이 등장한 화물연대 파업과 국제 현실은 무시한 채 농민 보호의 보루나 되는 것처럼 떠들썩했던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에 이르기까지 정권 출범 직후부터 경제는 혼돈에 혼돈을 거듭했다.
재벌들도 대규모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실이 들통나자 국민 앞에 사죄하고 투명성 높이기에 나서기보다는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선처를 공공연히 요구하는 후안무치의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
◆로드맵보다 현안 해결 우선해야
참여정부는 1년 동안 무려 253개의 국정 과제 로드맵을 완성했으나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물론 정지 작업은 끝났고 이제는 과실을 거둘 일만 남았다는 게 정부의 논리이지만 현실의 불확실성은 시간을 마냥 기다려 주지 않고 확실한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게 문제다.
자칫하면 온 나라를 엄청난 위기에 몰아 넣을 신용불량자 문제나 국내외 자본간 역차별, 일자리 200만개 창출 등 당장 풀지 않으면 안될 현안이 산적해 있으나 수백개의 로드맵 어디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임원혁 박사는 이 때문에 참여정부의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 해결책의 선후를 구분했다기보다는 비전에 가까운 것"이라고 평가하고 개별 현안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 마련이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전국의 경제학교수 400여명이 "이제는 경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국가 경제 체제를 고민해야 할 자리에는 아마추어적 열정만 있을 뿐"이라고 개탄하고 "대통령은 구체적 행동으로 경제 살리기 의지를 보이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재벌 개혁과 세제 투명성 제고 등 성과도 꽤 있지만 "2%대 성장률", "8%대 청년실업률과 이태백(20대의 태반이 실업자)", "37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등 참여정부 출범 1년의 한국 경제의 단면도 앞에서는 빛을 발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예상밖의 수출 호조 덕분에 마이너스 성장은 겨우 면했으나 내수와 투자 부진으로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데도 해결책은 묘연한 실정이다.
금융 분야도 만만치 않다. 신용카드사들의 위기에서 비롯된 금융 체제의 불안은 400조원을 넘는 가계 부채의 가공할 위험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지난 97년의 "외채 위기" 못지 않은 "내채 위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안에 부적절한 대처 1년..재벌.세제는 나름대로 성과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1년은 각종 현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받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부동산정책에서 대안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민의 정부 이래 잔뜩 풀린 돈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 때문에 부동산을 빼고는 갈 곳을 못찾는 상황이 참여정부 들어 지속됐으나 실물과 금융의 불일치라는 근본적 원인은 도외시한 채 형평에만 치중해 4∼5차례의 대책을 모두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 효과를 못보자 정부는 강도를 높이는 우를 범했다. 핵심 대책 수립에 참가한 당국자조차 "오랜 경험에 비춰 세금은 집값 상승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출 수는 있지만 근본 대책은 못된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신(新)관치"의 상징인 신용카드 대책도 마찬가지다. 순익이 2조원을 넘던 카드사들이 불과 1년 만에 빚더미에 올라 앉자 매각이나 폐쇄 등의 단호한 조치 대신 금융기관의 추가 자금 지원이나 만기 연장, 심지어는 카드사들에 대한 감독 기준 완화와 계열사들의 편법성 지원 같은 미봉책으로 수습하려 들었다.
그러나 엉터리 경기 회복 전망에 바탕을 둔 카드사들의 유동성 호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데다 정부기관이 선도한 빚 탕감 움직임으로 신용불량자들 사이에 도덕적 해이가 대거 번지면서 11월에는 LG카드 위기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당시 사태 수습에 나섰던 차관급 고위 관리는 "4월 대책 마련 당시 최악, 중간, 최상의 3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경기와 소비가 2.4분기부터 회복되리라는 전망을 근거로 중간 수준의 정책을 택했으나 결과적으로 대실패작이었다"고 자책했다.
다만 참여정부가 초기부터 강조한 재벌 개혁과 세제 분야의 투명성 제고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그룹 소유구조 공개와 가공자본 창출 억제,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지주회사 제도 확산, 내부거래 조사 강행과 함께 집요한 반대를 뿌리치고 관철시킨 증권집단소송제 입법 등은 개혁 의지의 성과물이다.
아울러 상속.증여세제 포괄주의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나 접대비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참여정부 첫 1년의 귀한 공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규칙 사라진 자리엔 목소리 큰 세력만
"참여"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기대는 규칙 준수 대신 "목소리 크면 최고"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정부는 자기 이익만 주장하고 대안은 없는 "참여자"들의 주장들을 수습하느라 꼬박 1년을 지새야 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조흥은행 노조의 저항에서 국민의 세금을 특정 업종에 지원하는 엉뚱한 해법이 등장한 화물연대 파업과 국제 현실은 무시한 채 농민 보호의 보루나 되는 것처럼 떠들썩했던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에 이르기까지 정권 출범 직후부터 경제는 혼돈에 혼돈을 거듭했다.
재벌들도 대규모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실이 들통나자 국민 앞에 사죄하고 투명성 높이기에 나서기보다는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선처를 공공연히 요구하는 후안무치의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
◆로드맵보다 현안 해결 우선해야
참여정부는 1년 동안 무려 253개의 국정 과제 로드맵을 완성했으나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물론 정지 작업은 끝났고 이제는 과실을 거둘 일만 남았다는 게 정부의 논리이지만 현실의 불확실성은 시간을 마냥 기다려 주지 않고 확실한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게 문제다.
자칫하면 온 나라를 엄청난 위기에 몰아 넣을 신용불량자 문제나 국내외 자본간 역차별, 일자리 200만개 창출 등 당장 풀지 않으면 안될 현안이 산적해 있으나 수백개의 로드맵 어디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임원혁 박사는 이 때문에 참여정부의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 해결책의 선후를 구분했다기보다는 비전에 가까운 것"이라고 평가하고 개별 현안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 마련이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전국의 경제학교수 400여명이 "이제는 경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국가 경제 체제를 고민해야 할 자리에는 아마추어적 열정만 있을 뿐"이라고 개탄하고 "대통령은 구체적 행동으로 경제 살리기 의지를 보이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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