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납세순응도ㆍ만족도 높여나가기 위한 초석

대표적인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인 국세심판원(원장 전형수)이 지난 8일 상임심판관 2명(채수열, 김도형)과 사무관ㆍ서기관급 조사담당관 5명을 부산으로 파견, 사상 처음으로 "국세순회심판" 을 실시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국세심판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부산지방세무사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부산지방국세청과 산하 일선 세무서에서 과세한 사건 중 심판원에 계류 중인 30여건을 대상으로 하루 일정의 순회 심판업무를 진행했다.

▲국세심판원은 8일 사상 처음으로 납세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지역순회 국세심판"을 부산에서 가지고 지역 납세자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등 자료수집활동을 벌였다.

국세심판원이 "지역순회심판"을 기획한 것은 납세자의 비용ㆍ시간이 절감될 뿐 아니라 지역특성 등을 감안한 심판으로 납세자들의 납세순응도 및 정부의 납세서비스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높여나가기 위한 것.

채수열 심판관을 비롯한 7명의 심판원 직원들은 이날 아침 일찍 부산 현지로 이동해 심판청구를 제기한 납세자들을 맞을 준비에 철저를 기했고 현지 납세자들도 부산지방세무사회관을 직접 방문해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그동안 실내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던 국세심판과정이 외부에 공개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 심판원은 처리 대상이었던 30여건의 심판청구건 대부분이 3000만원 미만의 소액 청구사건이었기 때문에 사안이 명백할 경우 심판관 회의를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 바로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다.

오전(10시30분∼12시), 오후(2시∼5시)로 나뉘어 실시된 이날 순회심판에서 심판원 직원들은 찾아오는 청구인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청취하고 증빙자료를 수취하는 등 정부 과천청사에서만 해오던 심판업무 과정을 재현해 납세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날 증빙자료 부재 등의 이유로 현지에서 즉시 결정이 난 청구건이 한 건도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채수열 심판관은 "그동안 원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청구인들은 의견진술, 자료제출 등을 이유로 시간을 쪼개 상경(上京)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며 "현장에서 직접 증빙자료를 수집하고, 질문ㆍ검사, 의견진술, 현지확인 등을 했기 때문에 최종 심의결정에 바람직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지역별 심판청구 건수와 비율을 비교해 보면 부산지역이 서울ㆍ경기 지역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425건, 전체의 10.4%)" 며 "지속적으로 심판청구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납세자 편의 도모와 지방화 시대에 맞춰 지역순회를 많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채 심판관은 "지역순회 심판을 통해 청구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는 것과 현지 확인은 심판과정에 있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며 "다만 세금부과에 대해 청구인들이 충분한 증빙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고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국세심판원은 이번 부산지역 순회 심판을 시작으로 오는 29일에는 광주ㆍ대구지역에 소재한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한 순회 심판을 계획하고 있으며 추후 제주나 강원지역 등 취약지역에도 순회심판을 실시할 계획이다.

심판원은 특히 심판청구건 중 사실판단을 요하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법령해석 사안의 경우도 민원인이 의견진술을 신청했거나 과세 형평상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건도 대상으로 할 예정이며 지역순회 시 위법ㆍ부당한 세금 부과처분으로 인해 권익이 침해된 경우에 행할 수 있는 다양한 구제제도에 대한 홍보도 병행할 계획.

국세심판원 김홍기 행정실장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지방에 거주하는 납세자들은 심판청구 내용에 대한 자료 제출 등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며 "앞으로 지역순회 국세심판제도를 상설화해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지역 납세자들의 만족도를 제고하는데 노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