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하여 세액공제를 신청하여 공제를 받고 있었다. 원고는 2012~2016년도 법인세 신고 시 연구전담직원에 대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에 대해서는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 대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가, 이를 2012~ 2016 사업연도에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연구인력개발비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관할 세무서장에게 경정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퇴직연금보험료가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경정청구를 거부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였다.

한편, 원고의 이 사건 경정청구가 인용이 될 경우에는 2012 사업연도에는 당기 세액공제액이 증가하여 환급이 발생하지만, 2012년도 당기 세액공제가 가능한 세액을 초과하는 공제세액 및 2013~2016년도 발생분은 이후 연도로 이월되어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에 원고는 경정청구의 내용을 (1) 2012 사업연도 기납부세액의 환급청구 (2) 2012~2016연도 사업연도의 이월세액공제액의 증액청구로 하였다(이하에서 (2) 부분을 “이 사건 이월세액공제액 증액청구”라고 함).

조세심판원에서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는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기각결정을 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소송에 이르러 처분청은 이 사건 이월세액공제액 증액청구 부분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국세기본법」에 따른 경정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조리상 경정청구권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본안전 항변을 새롭게 하였다.

제1심 법원에서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 (1)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1항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거나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결손금액 또는 환급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결손금액 또는 환급세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 또는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 (2) 이 사건 이월세액공제액 증액청구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에서 정한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는 때”에 해당하거나 “신고하여야 할 결손금액 또는 환급세액에 미달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 (3) 이와 같이 「국세기본법」 또는 개별 세법에 경정청구권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상 조리에 의한 경정청구권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경정청구는 적법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이월공제액 증액 경정청구 부분의 청구를 각하하였다.
• (4) 덧붙여 원고는 이월된 세액공제액을 직접 공제받는 사업연도에 이월된 세액공제액이 공제되어 신고하여야 할 세액이 감소된다는 점을 주장하여 과세관청의 결정을 다툴 수 있으므로 이월세액공제 자체를 증액하는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 (5) 본안전 항변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인 2012년도 신고납부한 세액에 대한 경정청구 부분은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 대상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러한 제1심 판결은 제2심 판결에서 그대로 수용되었고,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내림으로써 확정되었다[(수원고법2019누10197, 2019.11.27.) 판결, (대법원2019두62352, 2020.04.09.) 판결].

이월하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세액공제 사유가 발생한 때에 세액공제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 대하여 국세청에서는 발생연도에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월공제기간 내에 세액공제신청서를 제출하면 이월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일관되게 해석하여 왔다(다음 표 관련 예규 참고).

다만, 이월공제 대상 기간에 대한 법인세 신고기간마저도 경과한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월공제신청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1) 세액공제액이 이월하여 실제 세액공제를 받는 연도에 대해 경정청구를 하면 된다는 해석과 (2) 발생연도에 대해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혼재해 있었다.

대상판결은 납세자인 원고의 청구 대부분에 대해 “각하”함으로써 일견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어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판단의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향상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의 조문 내용 자체에 대한 충실한 해석을 기초로 하여 그동안 유권해석 상 정리되어 있지 않았던 이월세액공제액에 대한 경정청구는 그 대상연도를 “세액공제액이 이월되어 실제 공제받는 과세연도”라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실무상 혼란이 발생할 여지를 없앴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월공제세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경정청구는 독립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고 그 이후 사업연도의 신고･납부할 세액을 차감시켜 세액을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발생하여야 그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만약 세액공제 발생연도에 경정청구를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세액공제 발생연도에 경정청구를 하여 인용이 된다고 하여 이후 사업연도에 이월공제를 받을 수 있는 세액만큼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실제 공제받을 사업연도에 대해 신고납부할 세액을 감소시키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해야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세액공제액이 발생한 연도에 차후 연도에 공제받을 이월세액공제액을 늘려달라는 경정청구는 대상판결에서 언급한 소의 이익만이 아니라 실익도 없다고 보인다.

또한 이월된 세액공제액을 실제 공제받는 시기는 세액공제가 발생한 시기보다 뒤일 수밖에 없으므로 납세자가 경정청구를 하여 실질적인 세금의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뒤로 더 확보된다는 점에서는 납세자 권리구제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액공제 및 이월공제액의 결정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 및 다른 세액공제 및 감면 등의 발생액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실무상 복잡성이 초래될 우려는 있는 것 같다. 세액공제 발생 자체에 대한 경정청구와 이에 대한 과세관청의 경정결정이 발생연도가 아닌 이후 연도에 대해 이루어질 경우, 다른 사유로 인하여 세액공제연도에 대한 증액결정 또는 감액결정이 있는 경우 이에 따른 세액공제대상액의 변동이 적절히 잘 반영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어디까지나 과세행정의 용이성에 관한 문제로서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1항 문언의 해석 및 실질적인 납세자의 권리구제측면에서 보았을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