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지난 5월 10일 출범했다. 새 정부 앞에는 이전의 문재인 정부(이하 ‘문 정부’) 5년간의 비효율과 불공정이 산적해 있다. 예컨대 ▶ 방만한 재정 운영, ▶ 사상 최대의 국가부채, ▶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 ▶ 소득주도성장, ▶ 탈원전, ▶ 경직된 노동정책, ▶ 규제 위주의 기업정책과 부동산정책, ▶ 전월세를 폭등시킨 임대차 3법, ▶ 방치된 연금개혁, ▶ 획일화된 공교육 등이 그것이다. 이런 비효율과 불공정을 그대로 둔 채, 그 바탕 위에 시행되는 새 정부의 개혁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임기 내내 문 정부 뒤치다꺼리하다가 개혁 황금시기(새 정부 출범 후 100일, 길어야 1년)를 놓치고 허송세월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장기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망가진 한국 경제의 현실은 참담하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에다 ‘저성장ㆍ저고용ㆍ저출산’의 ‘3저’(低)가 복합적으로 얽힌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40년 만에 돌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에 휩싸여 있다. 아무리 드림팀 내각에 유능한 정부라 하더라도 특단의 대책 없이 작금의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 어렵다.

과다한 ‘국가채무’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부터 문 정부 출범(2017년 5월)까지 약 70년간 늘어난 국가채무는 660조원에 불과했다. 문 정부 5년 동안, 이전 정부 70년 동안 늘린 국가채무 660조원의 60%(400조원)가 늘어나,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가 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로서 위험수위 40%선은 물론, OECD 35개 회원국 중 ‘기축통화국’(미국 등 국제외환시장에서 국제결제나 금융거래의 기축이 되는 통화를 가진 국가)을 제외한 한국이 속해 있는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채무비율 41.9%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경제주체별 부채 규모는 가계 1862조원, 기업 2650조원, 국가 1058조원, 총 5570조원(GDP의 263.3.%)에 달한다. 고(高)부채가 성장의 원동력 ‘소비ㆍ투자ㆍ정부지출’을 줄이고,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세계 각국의 재정ㆍ금융 긴축,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대외여건 악화로 장담할 수 없다. 물가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약 7%로, 1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가계를 압박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4.8%로서, 2008년 세계 금용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최악의 경제 여건에서 새 정부가 성공하려면 먼저, ‘관’(官) 주도에서 ‘민’(民) 주도로 경제를 활성화해 성장을 일구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민간 영역에 나랏돈을 퍼붓는 ‘소득주도성장과 관제(官製) 일자리’는 끝내야 한다. 이제 네거티브 규제 방식(안 되는 것만 법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으로 전환하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 혁신과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개혁으로 인적자본의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빈곤ㆍ불평등’ 해결이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민간 경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맡겨야 경쟁력이 살아난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할 일은 공정 경쟁과 기회 균등이 보장되고, 성장 과실 분배 과정에서 경제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고 공정 분배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생산요소(자본, 노동, 자원)를 총 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능력, 즉 개별 국가의 경제 기초 체력을 말한다. 특별한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은 기업과 산업에 자본과 노동 투입을 늘려 현재 2%대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을 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 반도체ㆍ바이오ㆍ인공지능(AI)ㆍ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 ▶ 미래 첨단산업 관련 신기술 개발, ▶ 노사 협조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실효성 있는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으로 세계 최저인 0.81명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을 높이고 생산가능 인구를 늘려 국내외 자본과 우수 인재가 한국으로 몰려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건전성 확보다. 마냥 미루고 있는 ‘재정준칙’(fiscal rules) 입법을 서둘려야 한다. 국가부채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예비타당성조사’(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 사업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로, 약칭 ‘예타’라고 함)가 마련돼 있지만, 정치권이 무차별적으로 ‘예타’ 면제 대상을 늘리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 ▶ ‘예타’의 효율성 제고, ▶ 추경 편성 요건 강화, ▶ 페이고 원칙(pay as you go,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 법안 제출 시 재원 확보 방안도 함께 제출하는 제도)의 법제화 등 ‘국가부채관리시스템’ 정비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 5년간 209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이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증가분을 통해 매년 40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인데, 앞으로의 경기침체를 감안할 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국가채무를 늘려 재원을 마련한 문 정부의 전철(前轍)을 밟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공적연금 개혁도 더 미룰 수 없는 개혁 과제다. 문 정부는 연금개혁처럼 인기 없는 정책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차기 정부로 떠넘겼고, 그러면서 정부 부담만 왕창 늘렸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부다. 만성 적자 상태인 공무원ㆍ 군인연금의 경우, 작년 한해만도 각각 3조 2400억원, 1조 6100억원가량 세금으로 적자를 메웠다. 공적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역대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루는 바람에 ‘연금충당부채’[발생주의 회계에 따라 앞으로 70년 이상에 걸쳐 퇴직 및 퇴직할 공무원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현가(現價)로 추정한 금액]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13만 명을 늘린 문 정부 5년 새 연금충당부채가 400조원이나 불어나, 연금충당부채를 감안한 국가부채는 2196조원(GDP의 103.9%)으로 급증했다. 연금충당부채도 우리의 후손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국가부채다. 앞으로 설치될 사회적 대타협기구 ‘공적연금개혁위원회’(가칭)에서 구체적인 공적연금 개혁 로드맵과 개혁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또 하나의 주요 과제는 ‘부동산세제’ 개편이다. 부동산세제는 ‘보유세’(종부세 + 재산세)는 올리고 ‘거래세’(양도세 + 취득세)는 내리는 한편, ‘세원’(稅源)을 넓히면서 ‘세율’은 내려야 한다. 이것이 조세원칙에 부합하는 세제다. 그런데 한국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인상하는 한편, ‘세원’(과세대상, 과세표준)을 넓히면서 ‘세율’도 함께 올렸다. 한국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6%로서 미국 보유세 단일세율(1~2%)의 3배 내지 6배에 달한다. 여기에 종부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매년 올렸다.

보유세를 올렸으면 내려야 할 거래세인 양도세도 대폭 올렸다. 문 정부는 1세대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집을 팔 경우 양도소득금액의 최대 71.5%, 1세대 3주택 이상자는 최대 82.5%의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율의 양도세를 도입했다. 과중한 양도세가 ‘동결효과’(凍結效果, 매물 잠김 현상)를 일으켜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조세원칙을 무시한 세제로 인한 부동산시장 왜곡, 집값 상승, 세 부담 불공평 등 그 폐해(弊害)가 심각하다.

세제의 주 목적은 ‘재원 확보’에 있다. 그런데 문 정부는 ‘투기억제’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부동산 세제를 남용했다. 부동산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이다. 앞으로의 부동산세제 개편은 ▶ 종부세율 인하, ▶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 ▶ 양도세 중과세제 폐지, ▶ 취득세율 인하 등 ‘조세원칙에 충실한 세제’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특히, 63가지 국민 부담과 연계돼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조절해 국민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새 정부는 지난 5월 10일 이후 주택 양도분부터 비정상적인 세제 몇 가지를 정상화했다. ▶ 1세대 다주택자가 양도일 현재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2022.5.10.~2023.5.9.(1년) 동안에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 중과가 배제된다. 양도세 중과로 고통받던 다주택자의 숨통이 트이게 돼 다행이다. 하지만 국민을 약탈하는 ‘악세’(惡稅), 1세대 다주택자 중과세제는 임시방편적으로 1년간 유예할 대상이 아니다. 세제 정상화 차원에서 영구폐지 수순을 밟는 게 바람직하다.

▶ 1세대 1주택 요건 중 하나인 보유ㆍ거주기간을 최종 1세대 1주택이 된 날부터 기산하던 것을 2022.5.10. 이후 양도분부터 당해 1세대 1주택의 당초 취득일부터 기산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지 않고 이사 갈 집을 먼저 취득해 일시적 1세대 2주택이 된 경우, 2022.5.10. 이후 양도하는 분부터 새로운 주택 취득일로부터 2년 이내에 종전주택을 팔면 1세대 1주택 양도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으로 개정했다. 새로 취득한 주택으로의 전입요건도 없앴다. 종전에는 새로운 주택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종전주택을 팔고 1년 이내에 새로운 주택으로 전입해야 종전주택 양도를 1세대 1주택으로 보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는 국정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이를 솔직히 국민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국가가 어려울 때 좌시하지 않았다. 멀리는 임진왜란 때 경향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 구한말의 국채보상운동, 가까이는 제3공화국 때 새마을 운동, 고(故) 김대중 정부 시절 금모으기 등 국민은 국가위기 때마다 힘을 보탰다.

새 정부가 국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자세다. 이는 국민으로부터 긍정적 평가와 함께 다수당인 야당의 입법독주에 맞설 수 있는 국민의 무한 ‘신뢰’까지 기대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설 자리가 없다”는 공자의 경구(警句), ‘무신불립(無信不立)’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새 정부는 대통령실 개편에서 모든 부서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면서 국민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시민사회수석실’만 확대 개편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국정을 펼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의 성공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 야당과의 ‘협치’, 그리고 국민과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