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1항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은 해당 과세기간에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을 합한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은 “제1항의 공급가액은 다음 각 호의 가액을 말한다. 이 경우 대금, 요금, 수수료, 그 밖에 어떤 명목이든 상관없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는 자로부터 받는 금전적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되, 부가가치세는 포함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금전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 그 대가”를 규정하고 있다. 위 각 법령의 문언 내용 및 체계에 의하면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공급가액이란, 금전으로 받는 경우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대가관계가 있는 가액 곧 그 대가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두61119, 2019.9.10., 판결).
따라서 국고보조금 내지 공공보조금(이하 ‘보조금’이라 한다) 역시 재화 또는 용역과의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으로서의 공급가액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고,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5항 제4호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보조금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대가관계에 있는 보조금만을 과세표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새겨야 한다.
이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가 해당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는 자가 아닌 제3자에게서 금전 또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을 받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금전이 해당 공급과 대가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하는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대법원 2014두144, 2016.2.23., 판결).
그런데 부가가치세법령은 재화 또는 용역과 보조금 사이의 대가관계 유무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고, 이는 판례를 통해서 구체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하에서는 기존 판례들이 어떠한 기준을 바탕으로 재화 또는 용역과 보조금 사이의 대가관계 유무를 판단하였는지를 검토한 후, 이어 대상판결이 갖는 의미에 대해 살핀다.

보조금의 명목으로 사업자에게 금전이 지급되는 사안들에서는 통상적으로 셋의 행위주체(① 보조금의 지급 주체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② 보조금을 수령한 사업자, ③ 사업자가 수행하는 사업으로부터 직ㆍ간접적 영향을 받는 일반 국민)가 등장한다. 따라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자가 제3자로부터 금전 등을 지급받는 경우 그 사이에 대가관계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가 해당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는 자가 아닌 제3자로부터 금전을 수령하더라도 그 사이에 대가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당 금전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전제한 후, 대가관계의 존부는 그 지급의 명목과 근거, 이와 관련하여 공급자와 제3자가 추구하는 목적과 동기, 공급자와 제3자 사이의 별도의 계약관계 등 법률관계의 존부 및 문제된 금전 등의 지급이 그러한 법률관계에 따른 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해당 공급과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대법원 2014두144, 2016.2.23., 판결).

다음으로 재화 또는 용역과 보조금 사이에서의 대가관계 존부가 문제된 사안을 살펴본다.
대법원은 농경지복구추진위원회와 공사업자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공사업자가 농경지복구공사를 시공하고 위 위원회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재원으로 한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사안에서, “구 부가가치세법 제13조 제2항 제4호는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포함하지 아니하는 것의 하나로 국고보조금을 들고 있는바, 위 규정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함으로써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지는 사업자가 국고보조금의 교부대상이 되는 보조사업의 수행자로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당해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따른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위 국고보조금 상당액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제한 다음, 공사업자가 수령한 공사대금이 국고보조금을 재원으로 하여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사용역의 대가로 지급된 것인 이상 이를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0두369, 2001.10.9., 판결).
이후 대법원은, 한국철도공사가 국토해양부장관과 ‘2008년도 공익서비스비용 보상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노인에 대한 철도운임 감면, 벽지노선 운영, 특별동차 운영 등의 공익서비스를 제공하고 국토해양부장관으로부터 공익서비스 제공비용 보상액을 지급받은 사안에서, 위 대법원 2001.10.9. 선고 2000두369 판결에서 설시한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다음, 위와 같은 용역을 공급받는 상대방은 위 공익서비스를 직접 제공받은 철도이용자로 보아야 하고, 위 보상액은 철도이용자에 대한 용역의 공급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을 보상받기 위하여 공익서비스 수행자인 한국철도공사가 위 보상계약에 따라 국가로부터 지급받은 것이어서, 용역의 공급 그 자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대가가 아닌 재정상의 원조를 목적으로 교부된 시설ㆍ운영자금에 해당하므로 이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국고보조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두55329, 2018.1.25., 판결, 이하 ‘한국철도공사 사안’).
한국철도공사 사안을 보면, 대법원은 보조금과 용역 사이에 대가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보조금의 지급 근거가 되는 계약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해당 보조금의 지급 목적, 보조금 지급 주체와 수령 주체가 추구하는 목적 등이 무엇인지를 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인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앞선 (대법원 2014두144, 2016.2.23.) 판결이 설시하고 있는 기준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상판결은 어떠한 보조금이 재화 또는 용역과 대가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① 사업 수행 주체가 지급받은 보조금이 공공성 있는 사업의 진행을 위한 목적으로 교부된 것인지, ② 사업 수행 주체가 제공하는 용역의 양에 비례하여 지급받게 될 보조금의 금액이 결정되는지, ③ 용역을 직접 공급받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④ 사업 수행 주체가 보조금 지급 주체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지 등을 고려하였다.
이를 보면, 대법원은 이번에도 명시적으로 인용하지는 않았으나 앞서의 한국철도공사 사안과 마찬가지로 (대법원 2014두144, 2016.2.23.) 판결이 설시하고 있는 기준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조금 명목으로 사업자에게 금전이 지급되는 사안에서는 통상적으로 셋의 행위주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위 기준을 고려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즉 대상판결은 재화 또는 용역과 보조금 사이의 대가관계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보조금의 지급 명목과 근거, 이와 관련하여 보조금 수령 주체와 보조금 지급 주체가 추구하는 목적과 동기, 양자 사이의 별도의 계약관계 등 법률관계의 존부 및 보조금의 지급이 그러한 법률관계에 따른 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나마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사업 수행 주체가 보조금 지급 주체에 대하여 일부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해당 의무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해당 의무에 대한 대가로서 보조금이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보조금과 용역 사이의 대가관계가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종전의 한국철도공사 사안에 비해 보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특정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보조금의 규모를 판단하여 예산을 편성한다. 그런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보조금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부가가치세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보조금 예산을 편성한 사안에서, 과세관청이 사후에 이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직접 관련되는 보조금으로 보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같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과세관청의 판단이 상이할 경우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분쟁으로 인한 부담은 사업자의 정상적인 사업운영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대상판결이 종전의 한국철도공사 사안에서와 마찬가지로 개별 사안에 있어 해당 보조금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보조금의 판단기준에 대한 명확한 일반 법리를 설시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