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은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과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관계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결들의 법리가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각 호에서 설정한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ㆍ행위라 하더라도, 다시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각 호의 과세요건을 검토하여 이를 충족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된 이유는,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이 유형적 포괄주의를 규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구 상증세법 제33조 내지 제41조의 5의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설정한 증여세 과세 여부 및 범위에 대한 한계는, ① 증여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면서 수증자가 ‘증여받은 모든 재산’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한 구 상증세법 제2조 제1항 및 제3항의 효력을 배제할 수는 있지만, ② 위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는 거래ㆍ행위에 대하여 다시 포괄적으로 증여세 과세요건을 정한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의 효력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규정 중 출자, 감자, 합병, 분할, 전환사채 등에 의한 주식의 전환ㆍ인수ㆍ교환 등의 법인의 자본거래로 인하여 얻은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부분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2015.12.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면서 삭제되었으므로, 동일한 유형의 거래ㆍ행위를 규율하는 2개의 가액산정규정이 존재하게 되는 문제는 2016년부터는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률의 개정이 구 상증세법의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3항은 문언상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하므로(대법원 2011.12.22. 선고 2011두22075 판결 등), 위 조항은 결과적으로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대해서만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증여세 과세요건을 추가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대해서만 위와 같은 과세요건이 추가된 것은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신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증여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기 때문이다(대법원 2019.4.11. 선고 2017두57899 판결).
대법원은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거래당사자가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여 거래를 한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사유’ 내지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그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유’로 설명하면서, 이와 반대로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거래 당시의 상황에서 그와 같은 거래조건으로는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5.2.12. 선고 2013두24495 판결). 결국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는 거래상대방이 결과적으로 이익을 얻게 된 불균등한 거래조건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로 이해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하였을 때,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존부, 즉 불균등한 거래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존재하였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가 이익의 귀속을 결정하는 거래조건을 상호 동의하에 확정하였던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대법원 2010.5.13. 선고 2007두14978 판결 등)가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그 대금을 확정 짓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아가 어떠한 거래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 역시 자신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 특수관계인인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려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시점, 즉 거래당사자가 이익의 귀속을 결정하는 거래조건을 확정하였던 당시 시점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만약 이익을 이전하는 원인이 된 거래조건이 먼저 확정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수증자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에 규정된 거래를 하여 이익을 얻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면 어떨까? 이 사건의 경우, A는 2013. 2. 13. 당시 1주당 가액이 1,190원이었던 甲 회사 주식 약 565만 주를 1주당 전환가액 779원에 해당하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제공하여 취득한 결과 이 사건 전환이익을 얻게 되었다. 2013.2.13. 당시 甲 회사 주식의 1주당 가액은 코스닥 시장에서 자유로운 주식 거래에 따라 결정된 것이므로, 결국 A가 이 사건 전환이익을 얻게 된 이유는 2012.2.6. 당시 甲 회사로부터 1주당 전환가액이 779원으로 정해져 있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전환사채를 이 사건 주식으로 전환한 거래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증여세 과세요건을 추가로 검토하는 이유는, A와 甲 회사 사이에 특수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甲 회사가 A에게 전환사채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 전환가액을 비합리적으로 낮게 설정해주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는 거래는 이익의 귀속을 결정하는 거래조건(1주당 전환가액)이 결정된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거래이고,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 요건 역시 이 사건 전환사채가 발행될 당시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1주당 전환가액을 779원으로 설정하였다면 전환사채를 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사유가 존재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대상판결은 전환사채를 발행한 시점에는 특수관계가 없었더라도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3항을 적용하여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존부를 따져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3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A가 2013.2.13. 이 사건 전환사채를 이 사건 주식으로 전환할 당시 甲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甲 회사의 경영에 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더라도, 甲 회사로서는 기계적으로 A의 전환사채를 이미 확정된 전환가액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해 주어야 할 뿐이므로 당시 A와 특수관계가 있다고 해서 A에게 이익을 얻게 하려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A가 2012.2.9.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배정받을 당시 ① 약 339만 주의 신주를 함께 인수하였고, ② 이미 기존 최대주주로부터 보유 주식 전부(이 사건 구주 350만 주)를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곧 주식을 이전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A가 전환사채 배정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甲 회사의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고, 그런 사정까지 고려하여 결론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그러한 사정을 전면에 부각시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대상판결의 결론이 일반화된다면,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환사채를 배정받은 사람은, 그의 경영성과로 인하여 회사의 주식 가치가 상승한 경우에도 그에 대하여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매우 특수한 사례에 대한 판결로 그 의미를 제한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과 같이 전환사채 발행거래의 경우 거래조건을 확정하는 거래와 자본증감거래의 당사자가 동일하다. 이 사건에서도, 거래조건을 확정하는 거래인 A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배정받은 거래와 자본증감거래인 A가 전환권을 행사하는 거래의 상대방은 모두 甲 법인이었다. 따라서 특수관계 존부의 판단 대상이 되는 거래상대방이 누구인지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두 거래의 거래상대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때에는 특수관계 존부의 판단 대상이 되는 거래상대방은 당연히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3항 소정 ‘거래’의 상대방, 즉 거래조건을 합의하여 확정한 거래상대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신주인수권만을 분리하여 양수한 뒤 이를 행사하여 얻은 이익에 대하여 구 상증세법 제42조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그 이익의 귀속을 결정하는 거래조건은 형식적으로는 ① ‘신주인수권의 1주당 행사가격’을 결정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거래와 ② ‘분리된 신주인수권 자체의 가격’을 결정하는 신주인수권 양수도거래로 나뉘어 확정된다.
그러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회사로부터 제3자를 거쳐 신주인수권을 분리하여 취득하는 양수인으로서는 ①의 거래조건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그 거래조건을 감안하여 ②의 거래조건을 제3자와 확정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특수관계 존부는 신주인수권 자체의 가격을 결정하는 제3자와 양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도 대법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회사의 대표이사나 최대주주 등이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양수하여 이를 행사한 사안에서, ‘신주인수권 행사거래의 상대방’인 발행 법인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특수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신주인수권을 양도한 제3자와의 관계에서 특수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아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7.25. 선고 2018두33449 판결, 대법원 2019.4.11. 선고 2017두57899 판결 등).
한편 전환사채의 전환거래나 신주인수권의 행사거래가 자본거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특수관계 판단이 옳은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형식적으로는 전환사채 등의 발행회사가 거래상대방으로서 전환가액 등의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당사자인 것은 맞지만, 거래조건이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결정되어 신주가 시가보다 낮은 가액에 발행될 경우 손해를 입게 되는 주체는 발행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3항에서 특수관계를 고려하는 취지가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신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증여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기 때문’이라면(대법원 2019.4.11. 선고 2017두57899 판결), 더더욱 신주 발행 등의 자본거래와 같이 형식적인 거래상대방(발행회사)과 이익을 포기하는 주체(기존 주주)가 다른 경우에는 기존 주주와의 특수관계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이 이 점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최근 대법원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의 2에서 규정한 부당행위계산 부인대상인 ‘전환사채 등에 의한 주식의 전환ㆍ인수ㆍ교환 등 자본거래를 통한 이익 분여 거래’의 상대방을 주식 발행법인이 아닌 ‘주주 등인 법인’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20.12.10. 선고 2018두34350 판결, 대법원 2020.12.10. 선고 2018두56602 판결). 증여세라고 하여 위 판결들과 다르게 볼 이유나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전환사채를 인수하였던 투자자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전환 시점의 주가와 전환가액의 차액 상당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만약 전환가액이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주가와 같게 결정되었다면, 전환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결국 주가 상승으로 발생한 이익이 된다.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이 위와 같이 전환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무상이전되었다고 보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① 전환사채의 발행조건을 정하면서 전환가액을 시가보다 낮게 결정하거나 ② 회사의 미공개정보 등을 토대로 주가 상승을 미리 예측하고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 시점의 발행회사와의 특수관계가 위와 같은 요소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전환사채 발행 시점의 특수관계이지, 전환사채를 전환하는 시점의 특수관계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실제에서는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전환사채를 배정받은 경우에는 새로운 경영자의 경영성과에 대하여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은 구체적 사안에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전환사채 거래에 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으로서는 그 타당성이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