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컨설팅을 하면서 중소기업 사장님들로부터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매년 이익이 나서 회사에는 ‘이익잉여금’이 쌓이고 있다는데 왜 현금은 쌓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궁금증인 것 같지만,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잉여금이 바로 ‘현금’일 거라는 잘못된 상식에 기반을 둔 질문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영업을 해서 이익이 나면 일반적으로 현금이 쌓이는 게 맞다. 하지만 회사는 계속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확장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이 발생하여 쌓인 현금은 ‘재투자’를 위해 소비된다. 즉, 이익이 발생하여 쌓인 현금은 재무제표상에 그대로 ‘현금’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다음 영업을 위해 재고자산을 구입하든지, 시설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유형자산을 설치하는 것 등의 ‘재투자’를 위한 소비로 소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익은 발생했지만, 아직 현금이 회수되지 않은 ‘매출채권’ 등도 현금이 덜 쌓이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차입’을 통해 현금이 증가할 수도 있고, 재고자산 등을 구입하면서 아직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현금이 덜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 때문에 잉여금과 현금이 동일할 거라는 건 우리가 쉽게 오해하는 잘못된 상식이다.

[그림] 삼성전자의 재무상태표상 ‘이익잉여금¹⁾’과 ‘현금’의 비중 1) 그림에서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비율’을 계산할 때, 2018년의 당기순이익과 2019년의 현금흐름표상 배당지급액을 연계하였다. 실제 배당은 성과가 발생한 다음 해에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해당 방식으로 가정하여 계산하였다.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익잉여금의 경우 2019년도 말에는 255조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현금 비중은 27조원으로 이익잉여금 대비 현금이 상대적으로 적다.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를 잘 살펴보면 재고자산이 27조원, 유형자산이 120조원 등으로 현금이 지출되었던 자산규모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채 중 현금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기차입금 및 장기차입금이 각각 14조원 및 2조원으로 그 비중이 작다. 즉, 삼성전자는 영업을 운영 및 확장하기 위해서 발생한 이익을 재고자산이나 유형자산에 재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양’만으로 좋은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를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금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현금이 많다고 혹은 현금이 적다고 좋은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는 유동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부분 ‘현금’ 보유가 필요하며, ‘현금흐름’ 정보가 양질의 회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즉, ‘현금이 많은지, 적은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현금흐름은 생각보다 중요한 재무정보라는 의미이다.가끔 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달라는 지인들의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지인이 의뢰한 회사의 현금흐름표를 보면서 ‘이 회사는 약간 정체기인 것 같네’라고 했더니 ‘재무제표만 보고 그걸 어떻게 아느냐’며 신기해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금흐름에 대해서 조금만 이해를 하고 있다면 회사의 현금흐름을 보고 회사의 수명주기(Life Cycle)를 충분히 진단해볼 수 있다. 현금흐름표의 구조를 통해서라면 말이다.


이전 칼럼²⁾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현금흐름표의 구조는 크게 영업활동, 투자활동 및 재무활동으로 나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기업의 본원적인 영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매출 발생에 따라 현금이 유입되거나 제품 판매를 위한 원재료 구입이나 종업원 급여 및 임대료지출 등에 따른 현금 유출 등이 여기에 기록된다. 따라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양(+)인 경우에는 본질적인 영업활동으로 순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은 그 개념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영업활동을 확장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을 취득 또는 처분하기 위한 현금흐름과 주식이나 채권, 또는 투자부동산 등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현금흐름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그 세부내역을 살펴보고 회사가 현금을 어떤 방향으로 운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과는 달리 음(-)인 경우가 대부분 좋은 신호에 해당된다. 특히, 음(-)의 현금흐름이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에서 발생했을 경우에 말이다. 그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회사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유형이나 무형자산에 투자하기 마련인데, 투자한다는 의미는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형자산이 무형자산 등을 처분하여 양(+)의 현금흐름이 발생했다면 현 사업의 구조개편이나 급하게 현금이 필요하다는 등의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영업이나 투자와 관련 없이 순수하게 현금을 조달하거나 상환하는 활동이다. 회사가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수중에 돈이 없다면 외부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아야 한다. 또는 외부로부터 빌린 자금을 갚을 능력이 되거나 만기가 도래했다면 상환해야 하는데, 이럴 때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재무활동 현금흐름’이다. 그리고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경우에도 이에 포함된다. 어느 정도 성숙기에 도입한 회사의 경우에는 ‘재무활동 현금흐름’도 ‘투자활동 현금흐름’처럼 음(-)의 현금흐름이 좋은 신호이다. 회사에서 충분한 자금여력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 빌린 자금을 상환하거나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2) 2020년 5월호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및 재무활동 현금흐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

그렇다면 영업, 투자 및 재무활동별로 어떻게 현금흐름이 구성되어야 좋은 현금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가능한 양(+)의 현금흐름이 발생해야 좋은 현금이다. 하지만, 사업초기에는 아직 제대로 된 매출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양(+)의 현금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음(-)이라고 해서 회사의 미래가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투자 및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음(-)의 현금흐름이 발생해야 좋은 현금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가 성장가능성이 클수록 투자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현금이 유출되는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음(-)이라는 의미는 기존에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거나 배당으로 주주에게 성과를 배분한다는 의미인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행위는 회사에서 충분한 여유자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의 발전단계별로 영업, 투자 및 재무활동 현금흐름의 방향성을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도입기는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는 시기이므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나 투자가 많이 발생한다. 반면에 매출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도입기에는 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이 발생하고, ②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출이 발생하며, ③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출이 발생한다.
성장기에는 점점 매출이 늘어나고, 적자였던 손익은 흑자로 돌아서면서 급격하게 증가한다. 또한 매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전히 많은 시설투자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따라서 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이 발생하고, ②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출이 여전히 발생하며, ③ 영업활동으로 인해 현금이 유입되기 시작된다.
성숙기에는 매출이 정점에 이르지만 매출의 성장률은 낮아진다. 또한 기업의 자금 조달 및 시설투자도 줄어들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에 조달한 자금을 여유 자금으로 상환하기도 한다. 따라서 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출이 발생하고, ②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 또는 유출이 발생하며, ③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은 지속적으로 유입된다.
어느덧 쇠퇴기에 접어들면, 회사는 일부 사업부를 매각 처분하거나 기업의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기존 설비자산 등을 매각하여 채무를 상환하기도 한다. 따라서 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출이 발생하고, ②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이 발생하며, ③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이 적어지거나 유출이 발생한다.


[그림] ‘삼성전자’와 ‘쿠팡’의 현금흐름
삼성전자의 현금흐름을 보면, 삼성전자의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추정해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증가하고 있고, 이 증가된 현금을 유형자산 등에 재투자하고 차입금 등을 상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명주기에 따르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느냐 아니면 쇠퇴기에 접어드느냐의 기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쿠팡은 설립된 지 10여 년이 다가왔지만 아직 성장초기임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영업활동에서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현금도 모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러한 투자재원은 차입금과 자본 증가라는 외부자금을 조달하여 충당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에는 향후 성장기로 접어들지 이대로 도입기에서 멈출지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