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승무원/정비사/공항서비스직 등 근로자 27명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만,
① 2010년 구조조정 절차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상당한 채무(약 5,866억원)를 부담하고 있는 점,
② 설립 이후 누적된 당기순이익이 없는데 부채비율은 600~700% 수준이며 최근까지도 당기순손실의 규모가 당기순이익의 규모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점,
③ 2008년부터 전체 기간의 이자보상배율은 약 60%에 불과한 점,
④ 저비용항공사와 경쟁으로 단기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⑤ 장차 부채액수 및 부채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
⑥ 근로자 과반수가 회사의 경영 상태를 고려하여 상여금 지급을 축소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를 한 점을 근거로 근로자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국GM도 위 사례와 유사하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만,
① 청구액이 월 통상임금의 연 700%에 해당하여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협상의 자료로 삼은 법정수당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점,
② 회사 당기순이익 누계액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가 -6,000억 원, 2008년부터 2014년까지가 -8,000억원에 이르는 점,
③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부채비율은 동종업체에 비해 상당히 높고 유동비율도 낮으며, 차입금 규모도 2014년 연말 기준 2조원을 초과하는 점,
④ 매년 지출하는 경상연구개발비가 평균 6,000억원에 이르러 2014년 연말 기준 보유현금을 이 사건 수당 지급에 사용할 경우 부채변제나 연구개발이 중단되거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큰 점을 근거로 근로자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쌍용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만,
① 회사의 추가 부담액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약 200억원에 달하는 점,
② 2008년 이후 2015년까지 계속 큰 폭의 적자 및 2009년경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도 하였던 점,
③ 노사가 2009년부터 기본급 동결, 상여금 일부 반납, 복지성 급여 부지급에 합의하는 등 이 사건 청구기간 당시 각종 비용을 절감하여 위기를 극복하려 하였던 점을 근거로 근로자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2020.8.20. 선고된 기아자동차 사례에서는 위 사례들과 반대로 근로자 27,000여명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면서,
① 회사가 2008~2018년까지 꾸준히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점,
② 2018년을 제외하면 연평균 당기순이익은 약 1조 7,591억원에 이르고 우발채무를 모두 변제할 수 있는 수준인 점,
③ 이에 반해 부채비율은 약 50~70%로 안정적인 점,
④ 유동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회사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하였다.

기아자동차 사례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상호 전제한 임금인상률을 초과해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질 수 있다는 것까지 인정하면서도, ‘현재’ 회사의 재정 능력이 양호하여 우발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되고, 이번 판결로 지급해야 할 임금 액수(약 4,000억원)가 2008년 이후 실제 지급해온 성과급 총액보다 적다는 점을 주요 판단근거로 들고 있다. (1심은 근로자 약 27,000명의 총액으로 1조원에 달했으나, 그 후 노사합의 등을 통해 상당수 근로자들이 소를 취하하였고, 상고심 판결은 근로자 약 3,000명의 총액 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대상판결들은 모두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그간 반영되지 않았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였다. 다만, 신의칙 위반을 판단하면서는 대부분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의 당기순이익 등 이른바 이익 지표가 높다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부정하면서 신의칙 위반을 부정하고, 반대로 청구액이 크면서 회사가 적자라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즉, 4가지 사례 모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는 결론은 같지만, 청구액의 규모와 현재 회사의 재정 능력 및 경영 상황을 고려하여 신의칙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한 것이 특징이다.

통상임금은 ‘사전적’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상호 합의하여 결정된다. 예를 들어, 시급/일급/월급을 미리 정하고 일을 시작하는데 이때 미리 결정된 금액이 통상임금이며, 일을 시작한 후에 연장․야간 근무 등 산정 사유가 발생하면 보통 시급(통상임금)의 1.5배를 추가 지급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사전 통상임금으로 포함되지 않았던 정기상여금 등이 사후 법원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그동안 지급했던 각종 수당의 차액 청구를 사후적 개념인 신의칙으로, 더욱이 청구 시점 회사의 재정 능력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시간상/내용상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법원은 신의칙 판단기준으로 주로 ‘현재’ 기업의 재정 능력인 당기순이익 등을 크게 고려하고 있다. (어느 시점의 재정 능력 및 경영 상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쟁점은 부산고등법원 2016.1.13. 선고 2015나1888 판결(제1심, 울산지방법원 2015.2.12. 선고 2012가합1010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과거 통상임금은 ‘당시’ 기업의 재정 능력을 기준으로 합의된 사항이고, 대한민국 임금 단체협약은 매년 해당연도의 상황을 기준으로 내년도 임금 ‘총액’을 결정하고 세부적인 임금 내용을 정하는 Top-down 방식이 많다. 따라서, 시점상으로는 노사 간 균형 있는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노사 모두 청구 금액의 규모와 청구 시점 회사 재정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고, 또 사후 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통상임금 해당 여부조차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은 ‘청구액의 규모’와 청구 당시 회사의 ‘재정 능력’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재정 능력 및 경영 상태만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평가하는 것은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여 자의적인 판단의 우려가 있다. (신의칙은 법원이 추가수당 청구를 부인한다고 판단하는 구조이므로, 법원이 인정해야 비로소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회사의 재정 및 경영 상태를 보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평가하는 것은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여 법원의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노사 당사자에게 명확한 것이 아니므로 신의칙 적용 여부가 소송으로 계속 지속될 우려가 있다(김홍영, 전합판결 이후 제기되는 통상임금의 해석상의 쟁점, 「성균관법학」 제28권 제3호, 2016, 627면).

첫째, 청구액의 다과보다는 청구액인 임금의 성질을 고려해야 한다. 청구 금액의 규모와 비중은 소송행위자의 수와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보편적 기준이 되긴 어렵고, 소액/일부 선청구전략 등으로 오히려 다수 분쟁을 유발할 위험성도 있다. 통상임금 분쟁은 대부분 노사 서로 예측할 수 없었던 통상임금이 사후에 인정되어 발생하는 문제다. 어느 일방의 잘못이라기보다 균형 있는 해결을 도모해야 하는 쟁점이다. 지금처럼 액수 위주로만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측면에서 못 받은 금액이 클수록 신의칙 위반이 인정될 수 있기에 부당하고 회사 측면에서는 책임만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임금 액수와 함께 근로의 대가성이 얼마나 강하게 인정되는 임금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기업 존립의 위태로움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판단기준으로 적절하지 않다. 소송으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도래하거나 폐업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기업이 망하지 않을 정도라면 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어느 일방에 무리한 부담을 지우고 노사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기준이다.

셋째, 당기순이익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예정된 투자나 중/장기 미래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당기순이익은 기업이 일정 기간 얻은 모든 수익에서 지출한 모든 비용을 뺀 순수익을 의미한다. 법원은 기아자동차 사례에서 “…당기순이익이 많으면 외부 자금 차입 없이 우발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기업이 능력이 커지는 점에서 당기순이익은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징표로 볼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즉, 통상임금 소급청구로 거액의 우발채무가 발생하더라도 누적된 당기순이익으로 변제할 수 있으면 괜찮다는 것인데,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우발채무 변제만을 위해 충당된 금액은 아니라는 점을 다소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기순이익은 근로자 또는 회사의 성과만 반영된 것이 아니라 환율․세금 등 추가 외부 변수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지표이다.) 한국GM 사례에서 향후 연구비 6,000억원을 인정하면서 청구금액 인용 시 연구개발이 중단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넷째, 사기업이 아닌 국가/지방자치단체(공기업 포함)는 무엇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직업상담사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통상임금 차액을 청구한 소송에서 약 3억 5천만 원의 추가 부담액은 대한민국의 재정 능력을 고려하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며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배척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4.4.4. 선고 2012가합100222 판결).) 즉, 국가 등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기는 매우 어려워 결국 신의칙의 적용 범위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임금이 근로자 생활의 원천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과거 노사가 통상임금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었던 시기에 서로 합의하여 결정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당사자의 신뢰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임금체계가 취업규칙으로 설정된 것인지 또는 단체협약에 근거한 것인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즉, 취업규칙보다는 노사합의의 산물인 단체협약으로 결정된 임금체계라면 당사자의 보호받을 신뢰가 더 클 수 있다. (기아자동차 사례의 경우 제1심 원고의 수는 약 27,000명, 소송목적의 값은 총 1조원에 달했는데, 노사 간 합의한 결과 항소심에 이르러 원고의 수가 대폭 감소하고 소송목적의 값이 약 4,000억원으로, 상고심에 이르러서는 원고 약 3,000명, 소송목적의 값이 약 500억원으로 축소되었다. 소송 중 진행된 합의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청구금액이 줄면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배척하는 데 근거로 사용되어 신의칙 위반의 쟁점에서 원고 근로자들에게 유리하게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