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NET POSTBeta Service

아마도 매년 7월과 8월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휴가를 사용하는 시즌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이 기간에는 카페, 식당 등 가게에서도 ‘휴가 다녀옵니다’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약간의 조건은 있지만 5인 이상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이라면 모든 근로자에게 연차유급휴가(이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¹⁾ 1) 「근로기준법」 제 60조 제1항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노무사로서 업무를 하다 보면 사용자와 직원들로부터 연차휴가와 관련된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중 하나가 “직원들이 휴가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지”, “회사에서 휴가를 못 쓰게 한다”는 등 휴가 사용 여부와 관련된 것들이다.²⁾
올해 한 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50.1%에 그쳤고,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26.3%, ‘연차휴가가 없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23.6%로 나타났다. 즉, 50%에 가까운 수치가 연차휴가 사용에 제약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³⁾
특히 응답자 중 12.8%는 회사에서 연차휴가를 신청하였음에도 거부당했다고 한다. 2) 연차휴가의 경우 이를 사용한다.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나, 노동현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표현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 3) 본 설문조사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직장인 절반 “연차 자유롭게 못써”…4명 중 1명 “유급연차 없어”, 연합뉴스, 2025. 1. 5.)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일정 조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위 설문조사 내용과 같이 근로자들이 부여받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법적인 제재는 없을까? 반대로 근로자는 언제든지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까? 이러한 다양한 궁금증을 갖게 되는 주제들이다.
노동 현장에서 연차휴가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이 있는데, 오늘은 앞서 살펴본 내용과 연결되는 연차휴가 사용과 제한 등의 논의들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 연차휴가 사용이 관련된 분쟁 왜 발생할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법에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는 연차휴가가 부여된다. 연차휴가의 경우 법에서 정한 유급 주휴일이나 공휴일과 달리 사용하는 시기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경우, 200일이 넘는 근로일 중에 언제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직원 입장에서는 내가 쉬고 싶은 날에 쉬고 싶을 것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가장 덜 바쁜 날에 사용하도록 하고 싶을 것이다. 즉, 연차휴가를 쓰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 연차휴가 사용이 관련된 법 규정

연차휴가 사용이 관련하여 우리 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사용자는 …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위 법 규정을 정리하면, 연차휴가 사용과 관련하여 근로자에게 먼저 시기를 지정할 수 있는 권리(근로자의 시기 지정권)가 있고, 사용자에게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를 변경할 수 있는 권리(사용자의 시기 변경권)가 있다.

(1) 근로자의 시기 지정권

근로자는 연차휴가를 어느 시기, 어느 기간 동안 사용할지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다. 다만, 우리 법에서는 근로자의 시기 지정권에 대해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을 인정하고 있기에, 근로자는 연차휴가에 대한 시기를 지정할 때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특정하여야 적법한 시기 기정권 행사가 된다. 이렇게 연차휴가 사용이 특정되어야 사용자가 시기 변경권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⁴⁾ 4) (대법원96누4220, 1997. 3. 28.) 판결

(2)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

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는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는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 준다면 그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예상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

사실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안마다 달리 판단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회사나 인사 노무 담당자가 검토해야 할 내용은 단순히 일부 직원이 휴가를 사용한다고 하여 남은 직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휴가의 성질상 당연하므로 직원의 휴가 사용으로 인한 인원 대체 방법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아 발생한 경우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운송업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정기간 동안 예상되는 결원이 8명~12명임에도 불구하고 예비 기사를 4명밖에 확보하지 못한 기간이 지속된 경우 5명의 결원이 사업 운영이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규모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회사로서는 통상적인 근로자의 결원을 예상하여 그 범위 내에서 충분히 대체 근무자를 확보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⁵⁾ 5) (서울행법99구8731, 1999. 9. 17.) 판결

(3) 법 위반에 대한 내용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가 연차휴가에 대해 시기를 지정하여 청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적법한 시기 변경권을 행사하지도 아니한 채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를 방해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나아가 대법원에서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하게 발생한 근로자의 연차휴가 자체를 인정하지 아니하여 그 시기 지정권의 행사를 사전에 방해하는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도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다.⁶⁾ 6) (대법원99도317, 2000. 11. 28.) 판결

■ 연차휴가 사용이 관련된 주요 논의들

(1) 연차휴가 사용 방법을 취업규칙에서 규정한 경우

우리 법에서는 근로자가 10명 이상인 회사에 대해 취업규칙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고⁷⁾, 이러한 취업규칙은 근로 시간, 임금, 안전·보건 등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 상황에 대한 준칙으로서 역할을 한다.⁸⁾ 7) 「근로기준법」 제93조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음 각호의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8) 물론,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의 경우 단체협약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취업규칙에 <연차휴가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부서장에게 신청하여 대표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일부 회사에서는 취업규칙이나 다른 회사 내 규정을 통해 연차 사용 방법 등에 대해 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⁹⁾ 이러한 규정은 직원의 연차 사용이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사용에 대한 검토와 관계없이 ’회사의 승인‘이라는 조건이 부여되기 때문에 회사 위에서 설명한 ’근로자의 시기지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것이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9) 예컨대 휴가 사용 며칠 전까지 신청하기, 하루 00명 이상 휴가 사용 금지, 교대 조의 경우 대직자 구하기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취업규칙에 휴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소속장에게 신청하여 대표이사의 승인을 획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근로자의 휴가 시기 지정권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용자에게 유보된 휴가 시기 변경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한 규정이라고 해석되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규정이라 볼 수 없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¹⁰⁾ 10) (대법원92다7542, 1992. 6. 23.) 판결(본 판결은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정기여객 운송 사업을 경영하는 운수회사의 특성이 고려되었다.)

(2) 단체협약에서 휴가 청구 기한을 정하고 있는 경우

사실 오늘 연차휴가 사용이 관련된 주제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있어, 정하게 되었다. 위에서는 연차휴가 사용 방법이 관련하여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었던 반면, 본 판결은 단체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취업규칙은 작성 과정에서 근로자의 의견 청취 과정이나 불이익 변경 있으면 과반수 동의 등의 절차가 있기는 하다 기본적으로 그 작성 주체는 회사이다. 반면, 단체협약의 경우 그 작성 주체가 회사와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최근 대법원판결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소개할 대법원판결은 ’형사사건‘이다. 시내버스 운수업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고 신청하였음에도, 단체협약상 연차휴가 신청 방법의 하자를 이유로 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회사의 연차휴가 미 부여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사건이었다. 본 사건의 세부적인 상황은 아래와 같다.

① 먼저, 본 판결 회사가 소속된 사용자단체인 A의 시 운송 사업 조합과 A 지역 버스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서는 ‘근로자는 휴가 신청을 3일 전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② 본 판결에서 문제가 된 상황은 다음과 같다.
2019년 7월 5일 오후 3시 30분경, 회사 소속 버스 기사는 회사 담당자에게 전화로 “2019년 7월 8일 오후에 휴가를 사용하겠습니다”라고 통보하였다. 이에 담당자는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③ 버스 기사는 2019년 7월 8일 오후 출근하지 않았고, 당일 정상적 버스 운행에 차질이 발생하였다.
먼저, 대법원은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을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대법원에서는 기본적으로 “①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②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 인원과 업무량, ③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④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특수성도 고려되었다.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 있어서는 대체 근로자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까지 대체 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하였다.

한편, 본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 있어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 등에 소요되는 합리적인 기간에 관하여 노사가 합의한 결과물로 보고, 그로 인해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까지¹¹⁾ 휴가에 관한 권리가 제한된다고 해석되지 않는 이상 가급적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언급하였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노사 합의로 정해진 연차휴가 사용 방법 등의 내용도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1) 본 사건의 근로자가 휴가 청구 기한을 준수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본 판결에서 근로자의 연차휴가 신청에 대한 회사의 거부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오늘은 연차휴가 사용이 관련된 노동법적 쟁점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출근 30분 전 휴가를 신청하는 직원, 오늘 출근 인원이 별로 없어서 휴가 사용을 거부하는 회사 등 휴가 사용 관련해서는 정말 다양한 질문의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해당 사안별로 명확한 답을 내리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만약 회사 내에 기준이나 관행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이러한 경우 사실 현장에서는 법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많은 수고가 필요하고, 나아가 회사와 직원 사이에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와 직원이 함께 사전에 휴가 사용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고 회사와 직원 모두 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