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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로부터 어린이날까지 연휴 마지막 날, 서울 주변, 특히 자주 가는 남양주와 양평 쪽 카페는 많이 돌아다녀 본 관계로 이번에는 조금 멀리(?) 용인에 있는 빌라드파넬이라는 카페를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도착한 빌라드파넬은 초록빛 가득한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전체적인 느낌은 카페라기 보다, Gallary 였습니다. 실제로 정문 오른쪽 제법 큰 건물 1층에서는 "HARBOUR"이라는 호주산 가구를 전시하고 있었고 2층에서는 핀탄웰란이라는 화가의 <군중>이라는 테마의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정문 왼편에도 또 다른 가구 전시장이 있었고 카페는 그 뒤에 숨어 있듯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아주 예쁜 정원이 이 세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블로그에서 볼 때는 대형 카페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 카페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크기보다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출입문과 창문이 아치형으로 유럽풍인데, 보통 이런 모양들은 겉은 그럴듯한 데 막상 들어가 보면 인테리어가 고급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빌라드파넬의 인테리어는 자재와 디자인이 모두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사실 이 카페는 입구에 적혀 있듯이 이름이 빌라드파넬이 아니라 TRIBU 입니다.
카페 실내는 테이블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창을 바라보고 배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기 힘들고 No kids zone이라 아이들의 소란한 소리로부터 보호됩니다. 대신 다소 세기말적인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세련되게 보이기 위함인지, 끝없이 이어지는 재즈풍이나 독특하기 이를 데 없는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용한 KPOP 발라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원에 앉으면 좋을 날씨였지만 글도 써야 하기 때문에 Cafe 2층 통창 뷰가 멋진 공간의 테이블에 자리하였습니다. 커피는 라떼를 마셨는데, 산미가 없는 고소한 원두 맛에 우유량이 많지 않아 플랫화이트 느낌이 나서 제 취향에는 맞았구요, 오늘은 한가롭고 예쁜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골치 아픈 글을 쓰기보다는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린 별도 건물인 전시회장도 잠깐 들어가 보았습니다. 가구는 재미있게 구경했으나, 2층 그림 전시장에서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실까요? 부끄럽지만 "이거 봐야 되나??, 바로 나가야 되나??"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추상화는 아무 느낌 없어진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죠. 20년 동안 주로 숫자만 보고 계산만 하고 살다 보니 문화 문외한을 넘어 무관심자로 변해 버린 듯하여 씁쓸한 느낌이 잠깐 들었습니다. 세상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감싸는 것은 다름 아닌 문화(culture)입니다. 팍팍한 회계사 생활 속에서도 한 장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회계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카카오 주식 가치 적정성 평가

주식 가치 평가는 주관적인 영역입니다. 정답은 없다는 것이죠. 정답은 사후적으로 확인될 뿐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추정은 존재합니다. 저는 가장 Simple 하면서도 Business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가정과 변수를 사용하여 단순하면서도 공정한 가치에 근접하는 모형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합니다. 유명한 Valuation website가 많긴 하 이들은 수많은 주식을 개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Technical 한 메커니즘에 의존하여 평가한다는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좋은 참고 자료이지만 질적이고 미세한 부분을 touch 하지 못하므로 실제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시에는 의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DCF Valuation report는 Bottom line인 FCF(Free Cash Flow to the Firm)를 사용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FCF는 일정한 추세를 띄지 않고 변동성(volatility)이 심해서 일반화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Valuation 작업은 울퉁불퉁한 길 위에 깔린 자갈들을 치워 길을 평평하게 만드는 업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투자를 목표로 하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들을 치워 길을 그럴듯 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친 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It’s far better to buy a wonderful company
at a fair price than a fair company
at a wonderful price."
위 워렌버핏의 말은 정교한 밸류에이션보다 사업의 질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드러내며, 본질적 접근을 우선한다는 입장을 보여줍니다. 즉, 숫자에 천착하지 말고 전체적인 Business의 질을 평가하라는 의미인데, 이것이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부분입니다.

카카오 재무제표 개관

오늘은 카카오의 현재 주가의 적정성을 판단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카카오의 최근 재무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가치 평가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영업현금흐름, FCF의 성장률 추세가 안정적인 여부입니다. 위 5개 지표 중 그나마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지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며 다른 지표는 대부분 변동성이 심해서 일반화가 어려운 지표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붉은 글씨로 표시한 Growth rate를 보듯이 카카오의 재무제표 특징은 매출과 영업이익조차 일정한 추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산 총액이 25조, 총매출이 8조에 이르는 대규모 기업치고, 매출과 영업이익의 추세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회사도 많지는 않은데 말이죠.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뚜렷한 성장 추세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원인을 사업모델이 M&A라는 점에서 찾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카카오는 2024년 말 현재 160개의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관계회사도 160개 정도 되며, 공동기업(joint venture)은 6개 정도 되므로 투자한 회사는 300개가 넘는 셈입니다. 이는 우리가 1,000만 원이라는 돈으로 100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관리가 매우 어려워 개별종목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기술적인 패턴분석에 의존하여 투자하듯이, 종속기업, 관계기업이 너무 많으면 각 Business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Risk를 부담해야 합니다.

300개의 유사 또는 이종의 Business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피라미드식의 견고한 경영 체계를 갖추지 않고서는 관리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통제(internal control)와 함께 원활한 소통(communication)일 것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수많은 Business를 체계적이고, 유기적이며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됩니다.

Kakao의 내부를 알지 못하는 저로서는 구체적으로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Kakao의 Business는 관리통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구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많은 Business를 운영하다 실적이 좋지 않은 Part는 매각하고, 가치가 있어 보이는 신규사업을 소개받고 평가하고 투자의사 결정을 할 것입니다.

연도별 M&A 투자와 손상의 변동성

위 연도별 재무제표를 보면 2023년에는 당기순손실이 1.8조가 났다가 2024년에는 1,619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는 3,772억 원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왜 손실이 크게 났을까요? 재무제표를 보면 그 원인은 "기타 비용"에 있습니다. 기타 비용 내 세부 항목을 찾아보면, 1.88조에 이르는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그 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무형자산은 카카오가 여태껏 다양한 사업들을 인수하면서 발생했던 영업권(goodwill)입니다. 사업 인수 당시 측정되었던 시너지효과가 사후적으로 실현되지 않아 감액 처리한 것입니다.
• FY2023 무형자산 손상차손 금액

2023년 무형자산 손상차손의 발생 원천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타 모바일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손상이 발생하였고 그 외 음악 서비스, 게임사업,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에서 영업권 손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2023년과는 달리 2024년의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현저히 감소하였습니다. 카카오의 Business는 Kakao로는 플랫폼과 Brand 하에 성격이 다른 다양한 것들로 구성되므로 대표적인 핵심사업 하나를 선정하여 이를 중심으로 DCF평가를 할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PEF와 같은 투자회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죠. DCF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인 투자지출(CAPEX)은 M&A 인수 대가 지출액,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 지분 취득 자금입니다.

그럼 DCF에 적용할 현금흐름을 결정하기 위해 현금흐름표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DCF 현금흐름 요소인 FCF(주주 잉여현금흐름) 는 공시 현금흐름표상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CAPEX인 유무형 자산 등 투자자산 취득액을 차감한 금액입니다. 반도체와 같은 장치산업의 경우 유형자산 취득액이 CAPEX가 되지만 카카오와같이 다양한 사업에의 투자가 핵심 영업활동인 기업은 투자지분 취득 자금이 곧 CAPEX가 됩니다. 따라서 투자 정보 조회 시 CAPEX가 단순히 "유형자산 취득액" 금액을 인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해야 합니다.
KAKAO에 있어 CAPEX는 위 현금흐름표상 단순히 "유형자산 취득액"뿐 아니라 무형자산의 취득,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의 취득, 그리고 종속기업 취득 및 연결 범위 변동으로 인한 순현금흐름"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그런데 2024년 종속기업 투자는 9.9억 원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년도인 2023년 종속기업 취득 금액은 무려 1.2조를 넘습니다. 연도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도별로 불규칙한 종속회사 투자 금액을 평준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평가의 큰 방향은 정해졌으니, 이제 다음 2가지 사항을 결정해야 합니다.

• FCF의 기초가 되는 영업현금흐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 CAPEX는 얼마로 할 것인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속기업 투자 금액은 연도별 편차가 매우 큰 성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특정 연도의 수치만 인용해서는 연간 CAPEX 금액을 산출할 수 없고 연도별 평균치 개념을 적용해야 합니다.

연결재무제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위에서 저는 종속기업, 관계기업, 공동기업 투자 금액이 전부 Kakao의 CAPEX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별도 재무제표(Separate Finantial Statements)와 성립되는 말입니다. 다시 잘 생각해 보면 연결재무제표에는 카카오의 종속기업들은 개별 항목별로 모두 포함되어 하나의 재무제표를 이루므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DCF를 할 경우에는 연결실체가 하나의 회사인 것처럼 간주하여 영업현금흐름과 CAPEX를 산출하면 될 것 같습니다. 즉, 종속기업투자를 CAPEX로 볼 필요가 없는 것이죠. 다만, 관계기업은 지분법 투자 주식이라는 하나의 계정과목으로 표시하므로 관계기업 취득액은 CAPEX에 포함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카카오의 FCF는 공시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액에 관계기업 투자 주식 취득액을 포함한 CAPEX를 차감한 금액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4년 FCF를 DCF Cashflow schedule의 Starting Point로 결정하고 2024년 FCF를 산출해 보겠습니다.

FCF 외 핵심 Factor인 명시적인 추정 기간(5년) 내의 연도별 성장률(growth rate)은 카카오의 과거 역사적 성장률의 불규칙성을 고려하여 5%를 적용하였고, 영구 현금흐름 성장률은 GDP 성장률에 준하는 2%, 할인율(Discount rate; WACC)은 9%를 적용하기로 합니다.

그 결과 주당 평가 가액은 107,216으로 나왔으며, 이는 주당 시장가격 168,893의 63% 수준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주당 시장가격은 이론적 가격의 157%입니다. 계산상으로는 다소 고평가된 것으로 나옵니다.
• multiple 산출내역

검토 의견

수많은 변수를 모조리 고려한다고 해서 적정가격이 담보되지 않듯이 기업경영도 Business 개수가 많다고 해서 현금흐름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수의 사업을 관리한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핵심역량에 집중하지 못함으로써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한국의 Google, Meta, Open AI와 대응하는 이미지를 보유하지만, 그들처럼 Big-tech 기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역량에 자원을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AI Big-tech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