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A의 영업본부장인 B는 원고와 정상가격보다 1곤(梱)당 2만 원 내지 3만 원이 저렴한 가격으로 원사를 공급하되, 그 세금계산서는 주식회사 C명의의 것을 발급하여 주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B는 원고로부터 실제 판매가격으로 산정한 원사 대금을 지급받아 그중 일부를 주식회사 C에게 전달하고, 주식회사 C는 B로부터 받은 원사 대금을 납품대금 명목으로 주식회사 A에 다시 지급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C에게 영세율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 주었다.

주식회사 C는 B의 요청으로 2009. 1.부터 2014. 9.까지 원고에게 실제 판매가격에 따른 공급가액 합계 9,546,605,457원의 세금계산서 54장(이하 ‘이 사건 세금계산서’라고 한다)을 발급하여 주었다. 주식회사 C는 관할세무서에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관한 2009년 제1기분부터 2014년 제2기분까지의 부가가치세를 모두 신고ㆍ납부하였다. 한편, 원고는 주식회사 A로부터 공급받은 원사를 D나 E 등에게 공급하면서 세금계산서를 일부 발급하지 아니하여 2009년 제1기분부터 2014년 제2기분까지 공급가액 합계 1,975,402,964원 상당의 매출 신고를 누락하였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원고가 실제로는 주식회사 A로부터 원사를 공급받았음에도 주식회사 C명의의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사실과 D 등에게 세금계산서를 일부 발급하지 아니하고 원사를 공급하여 매출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고에게 과세자료를 통보하였다. 피고는 2016. 5. 9. 원고에게 2009년 제1기부터 2014년 제2기까지 부가가치세 합계 2,375,696,870원(가산세 포함)을 경정ㆍ고지하였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조세소송을 제기하였다.

대상 판결은 ① 이 사건 세금계산서상의 매입거래는 원고의 매출거래와 당사자, 거래 목적물 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거래이고, 원고가 매출 신고를 누락한 부분은 매입거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거래당사자인 D 등과의 매출거래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위 매입거래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고려될 수 없는 점, ② 주식회사 C는 B를 통하여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원사 대금으로 이 사건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모두 납부하였고, 따라서 원고가 B와 체결한 약정에 따라 공급가액의 3~5% 상당의 부가가치세액을 감액 받은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위 매입거래와 관련하여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주식회사 C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처분은 과세관청이 사후에 스스로 한 것이어서 원고가 부가가치세 신고 당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점 등을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행위는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 제1항 제1호 및 제47조의 3 제2항 제2호에 규정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또는 ‘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가공세금계산서는 재화나 용역의 공급이 없어 세금계산서를 교부 및 수취한 것을 의미하는 반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재화나 용역의 공급은 있으나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가공 세금계산서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해 ‘매입세액 불공제’ 제도를 두고 있는데, 가공 세금계산서를 교부받는 경우에는 실제 공제받을 수 없는 부분을 공제받는 것으로서 납세 의무의 감소가 발생하여 제재를 하는 것이고,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는 경우에는 본래 매입세액 공제를 받아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유통질서 확립과 세금계산서 기재사항 관련 규정의 엄격한 준수를 위해 세액의 형식으로 “행정질서벌 성격”의 제재적 처분을 하는 것이다.¹⁾ 즉,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한 매입세액 불공제는 세법상 실질적인 담세력에 근거해서 발생하는 세액이 아니라 세금계산서 제도의 형해화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상 제재처분”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²⁾

본래 조세는 응능부담의 원칙에 따라 납세자에게 실행된 경제적 효과를 토대로 담세력을 특정하여 과세하나, 행정상 제재는 과세의 기초가 되는 부수의무 위반이나 협력의무 위반에 대한 징벌적인 의미에서 과해지므로 납세자의 담세력과 무관한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으로서,³⁾ 조세의 형식이지만 행정질서벌의 성격으로 부과되는 세액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세금의 형식으로 행정상 제재처분을 하는 세액에 대해서는 행정벌에 더하여 조세포탈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예를 들어, (대법원2001도5459, 2002.07.26.) 판결, (대법원96도2398, 1996.12.10.) 판결, (대법원79도1898, 1979.11.13.) 판결에서는 가산세가 원래 벌과금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기에 포탈세액에 합산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며,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대해서도 “이 사건 명의신탁이 다른 조세의 기초되는 사실을 은폐·가장하였어도 이는 그 회피된 조세의 가산세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명의신탁의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에 대한 부당무신고가산세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한 바가 있다[(대법원2015두53565, 2016.01.28.) 판결].⁴⁾

본 사안의 경우 쟁점이 되는 부분은 “가공 세금계산서”가 아니라, 단순히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이고, 따라서 쟁점 세액은 본래 “세금”이 아니라 원고의 행위에 의한 “행정질서벌”이기에, 인과관계상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동하나, 가공 세금계산서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행정질서벌에 대해 조세포탈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화는 공급되고 있으나 단순하게 공급하는 자의 확정 문제인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이 감소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로지 앞선 공급하는 자 가운데 일부가 단지 경영상의 사업부진이라든가 연대보증 등 특수한 사정이 발생하여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고 체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거래상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개인적인 사정 또는 사업상의 문제로 인하여 부가가치세를 체납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국가의 조세수입이 감소될 수 없는 구조에서 공급받는 자가 예상할 수 없는 공급하는 자의 체납이나 폐업 등으로 인하여, 공급받는 자에게 조세포탈이 성립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에 대법원은 공급받는 자의 “인식”을 통해 부가가치세 포탈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대법원2013두19516, 2014.02.27.) 판결, (대법원2014두11618, 2015.01.15.) 판결 등 참조].

즉, 부가가치세의 구조상 실제 재화의 공급이 있었다면, ① 최종적으로는 부가가치세 총 세수는 일정하게 되고, ②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자”의 법리 해석 문제와 “자료상”의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기에 “자료상”이 아닌 정상 사업자가 부가가치세와의 거래에 있어 거래상대방이 체납하는 것을 상상하거나 인식할 수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가공세금계산서가 아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문제에 있어서는, 적어도 공급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총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인식” 자체가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이 사건 세금계산서상의 매입거래는 원고의 매출거래와 당사자, 거래 목적물 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거래이고, 주식회사 C는 B를 통하여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원사 대금으로 이 사건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모두 납부하였고, 주식회사 C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처분은 과세관청이 사후에 스스로 한 것이어서 원고가 부가가치세 신고 당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 대상 판결의 결론 및 이유 설시에는 동의하나,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유 설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