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계약명의신탁과 취득세 납세의무
저자 조윤희, 백현민 -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등록일 2017.08.01
1. 사실관계의 정리
원고는 공동주택 신축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그 사업부지에 포함된 이 사건 토지는 대부분 농지여서 법인인 원고 명의로는 이를 취득할 수 없었다. 이에 원고는 그 대표이사 및 이사들(이하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과 업무약정을 체결하여 사업부지 매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은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이 조달하되, 지구단위계획결정이 고시되면 원고가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하기로 하였다.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은 그들 명의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2003.7.23.부터 2004.12.13.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그 무렵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 명의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취득세 및 농어촌특별세가 납부되었다.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이 사건 토지의 매입을 위하여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 명의로 빌린 차용금을 변제하였다.
원고는 공동주택 신축사업에 관한 도시관리계획결정이 고시된 후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등기를 이전받으면서 취득세 등을 신고ㆍ납부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 명의로 잔금이 지급될 당시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사실상 취득’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게 취득세 등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서울고등법원)
명의수탁자, 명의신탁자 및 매도인 사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어 명의신탁자가 사실상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그 경제적 이익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되는 상태가 유지될 경우, 명의수탁자에게는 등기명의라는 소유권이전의 형식에 의한 취득행위가 있는 것이므로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고, 명의신탁자에게는 대금 지급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취득행위가 있는 것이어서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그 후 명의신탁 해지에 따라 명의신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짐으로써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전의 형식에 의한 취득행위가 있게 되면, 명의신탁자는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되어 그의 소유권 취득이 완결된다. 이 경우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취득행위에서 포착되는 담세력과 등기명의라는 소유권이전의 형식에 의한 취득행위에서 포착되는 담세력은 별개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명의신탁자가 대금 지급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취득행위가 있었던 단계에서 취득세 납세의무를 이행한 이상, 명의신탁 해지에 따라 등기명의라는 소유권이전의 형식에 의한 취득행위가 있었던 단계에서 또 다시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 명의신탁자인 원고에게 명의신탁 해지에 따라 등기명의라는 소유권이전의 형식에 의한 취득행위가 있었던 단계에서의 담세력이 포착되어 그 취득세 납세의무가 이행된 것이므로, 그 이전에 원고에게 대금 지급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취득행위가 있었던 단계에서의 담세력이 별개로 포착되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취득세 납세의무를 또 다시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나. 대상판결(대법원)
계약명의신탁에 의하여 부동산의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명의수탁자와 체결한 명의신탁약정도 무효이어서 매도인이나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지위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가 매매대금을 부담하였더라도 그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명의신탁자에게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사건 명의수탁자들은 명의신탁약정에 해당하는 업무약정에 따라 직접 계약당사자가 되어 자신들 명의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알 수 있고, 명의신탁자인 원고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위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명의신탁관계는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인 원고가 그 매매대금을 사실상 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를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게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부동산개발업자가 농지법 등 법률상 제한으로 인하여 직접 자신의 명의로 사업부지를 취득할 수 없는 경우 임직원 등에게 명의신탁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서 취득세를 신고ㆍ납부하고, 법률상의 제한이 해소된 이후 부동산개발업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등기를 이전받으면서 다시 취득세를 신고ㆍ납부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과세관청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잔금이 지급된 때에 명의신탁자인 부동산개발업자가 해당 사업부지를 사실상 취득하였다고 보아 그에게 다시 취득세를 과세하여 왔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부동산의 취득에 대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취득세가 두 번 과세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명의수탁자 명의로 납부된 취득세 역시 명의신탁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명의신탁자는 사실상 취득세를 세 번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부동산 명의신탁은 엄연히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강하게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명의신탁자 또는 명의수탁자에 대해서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에서 정한 과징금1)의 재제 및 형사처벌2)이 뒤따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재의 필요성만으로 위와 같은 이중 또는 삼중의 취득세 과세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명의신탁자 및 명의수탁자의 취득세 납세의무를 대상판결을 비롯한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해당 부동산 가액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부동산실명법」 제5조, 같은 법 시행령 별표)
2)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명의수탁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부동산실명법」 제7조).
나.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자의 취득세 납세의무에 대한 판례의 태도
1)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안에서 매매대금 전부를 지급한 명의신탁자의 경우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명의수탁자와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전부를 지급함으로써 해당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한 시점’에 명의신탁자에게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5두13360;, 2007.5.11. 판결).
이러한 결론은 명의신탁자의 사법상 지위에도 부합한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3자간 등기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이지만,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고 자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다61654;, 2002.3.15. 판결 참조).
2)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 매매대금 전부를 지급한 명의신탁자의 경우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을 맺은 다음 명의수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는 형식의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 매도인이 선의냐 악의냐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자가 명의수탁자 혹은 매도인으로 달라지는 점은 있으나, 명의신탁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경우에도 매도인이나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명의신탁자의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2두14804;, 2012.10.25. 판결).
즉,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신탁자는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와의 명의신탁약정도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이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명의수탁자에게도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 위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사법상 지위를 직접적인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3)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신탁자가 사실상 취득 후 등기를 마친 경우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한 자가 3자간 등기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가 그 후 「부동산실명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의 경과에 따라 무효가 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한 다음 그 부동산에 관하여 당초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명의신탁자의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0두28151;, 2013.3.14. 판결).
대법원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즉,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하면 그때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고, 그 후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더라도 이는 ‘사실상 취득’을 한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추가로 갖춘 것에 불과하므로, 잔금지급일에 성립한 취득세 납세의무와 별도로 새로운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3)
3) 이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 명의신탁이 이루어져 처음부터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다. 원심판결의 검토
원심은 실질적 요건에 의한 취득행위(대금 지급)와 형식적 요건에 의한 취득행위(등기 이전)를 구분한 다음, 양자가 결합하여 하나의 완전한 취득행위를 이루는 경우에는 각각에 대하여 별도의 담세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명의신탁자의 사법상 지위가 아닌 세법상의 담세력을 근거로 하여 명의신탁자에게 한 번만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원심판결은 명의신탁약정이 계약명의신탁인지 아니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다툼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명의신탁자의 사실상 취득에 대한 과세인지 아니면 형식상 취득에 대한 과세인지를 묻지 않고 사실상의 이중과세로부터 납세자를 구제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논리는 구체적인 타당성을 추구하려는 관점에서는 수긍할 수 있지만, 명의신탁자에 대한 취득세 납세의무의 성립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어느 시점에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는지를 먼저 판단한 다음, 그 이후에는 다른 행위가 추가되더라도 별도로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는 이유로 이중과세를 방지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단지 나중에 이루어진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납세의무의 성립시기에 따라 세액이나 부과제척기간의 기산점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심처럼 항상 나중에 이루어진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대상판결의 검토 및 평가
기존 판례에 따를 경우 만약 이 사건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한다면, 명의신탁자인 원고의 사실상 취득 및 그 시점에서의 취득세 납세의무 성립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반면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면 명의신탁자인 원고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다. 이러한 결론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모두 명의신탁자의 사법상 지위에 따른 것이다. 대상판결도 이러한 판례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아 명의신탁자인 원고의 사법상 지위를 근거로 하여 취득세 납세의무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명의신탁이 관련된 취득세 사건에서도 해당 명의신탁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계약명의자인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명의신탁관계는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실제 사례에서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과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다만 판례는 부동산 매수인이 타인 명의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타인을 매수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4) 대상판결도 그 연장선에서 과세관청이 “해당 거래의 당사자들이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명의신탁관계는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 따르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는 사실상 이중 또는 삼중으로 취득세를 부담할 위험이 여전히 있다.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먼저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면서 취득세를 신고ㆍ납부하고, 명의수탁자로부터 명의신탁자 앞으로 등기를 이전받으면서 다시 취득세를 신고ㆍ납부하는데, 과세관청이 명의신탁사실을 뒤늦게 안 경우 명의신탁자에게 사실상 취득을 이유로 다시 취득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정청구기간이나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지 아니하여 이미 신고ㆍ납부한 취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이중 또는 삼중과세의 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5), 경정청구기간이나 소멸시효가 이미 도과하여 당초 신고ㆍ납부한 세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조세사건에서 해당 명의신탁을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는 데에는 더욱 엄격한 증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4) 대법원 95다29116;, 1997.5.16. 판결.
대법원 2005다48154;, 2007.9.7. 판결.
5)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는 비록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더라도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그 등기는 무효이다. 따라서 사법상 지위를 중시하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있어 명의수탁자에게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위 대법원 2010두28151;, 2013.3.14. 판결에 따르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완납한 때에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그 후 명의수탁자로부터 등기를 이전받더라도 별도의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