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비영리회계의 진정한 투명화 - 일반 정보이용자를 위한 비영리회계 투명화 -
저자 김재호 - 변호사, 한국회계기준원 수석연구원 등록일 2017.02.01
목 차
  1. 머리말
  2. 감독기관의 관점이 아닌 일반 정보이용자 관점의 회계투명성
  3. 하나로 통합된 실체에 대한 재무보고
  4. 맺음말
머리말
우리 사회에는 사회복지기관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비영리조직들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민의 민생과 복지에 기여하는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부자와 같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재무보고를 통해 그 활동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비영리조직이 사회적 보고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비영리조직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여 그 결과로서 활발한 기부문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회계투명성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 시행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비영리조직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새로울 것이 없으며 이미 2007년에도 비슷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2007년 국무총리실의 주도하에 비영리조직의 회계기준, 재무제표공시 및 외부회계감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세우기 위해 「(가칭) 공익법인의 회계ㆍ공시 등에 관한 법률(안)」이 시도되었지만 아쉽게도 이 법안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였고, 대신 세법에서 비영리조직의 재무제표공시와 외부회계감사만 근거가 마련되었다. 반면 회계기준수립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비록 통일된 회계기준은 없지만 비영리조직이 국세청 공익법인결산서류공시스템에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는 제도가 마련되었기에 많은 이들이 비영리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 제도는 자산총액이나 기부수입이 일정 규모에 이르는 비영리조직에 적용되는데, 공시되는 재무제표의 비교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통일된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이 없기 때문에 비영리조직마다 공시하는 재무제표의 양식이 달라 서로 비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1). 따라서 모든 비영리조직을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통일된 기준과 양식을 제공할 수 있는 비영리조직회계기준에 대한 요구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1)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해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공익법인 회계기준 제정근거를 마련하는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개정 법률은 12월 국회 의결을 얻어 공포되었다. 따라서 추후 관련 시행령 등의 정비를 통해 정부차원에서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기관의 관점이 아닌 일반 정보이용자 관점의 회계투명성
비영리조직 회계투명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목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비영리기관은 감독기관에 대해 투명한 회계보고를 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기관은 보건복지부와 시ㆍ군 구청에, 사립대학은 교육부에,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에 하는 감독목적의 회계보고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감독기관은 주로 비용 항목이 예산에 따라 집행되었는지 세세히 감독하는 데 초점을 맞추므로 회계보고의 목적도 이에 맞추어 설정된다. 많은 경우 감독기관이 비영리조직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관이기도 하므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부기관으로서 이들 감독기관이 비영리조직의 공적자금 사용을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도록 회계목적이 설정되는 데에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기업과 일반인 등 민간 자금제공자를 독려하여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이들의 기부의사결정을 돕는 회계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은 비영리기관이 예산에 맞게 비용을 집행하였는지 시시콜콜 따지기 보다는, 기부금을 고유목적사업에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업을 지속할 재무적 역량을 갖고 있는지 등 보다 큰 그림에서의 회계정보를 요구한다. 따라서 비영리조직 회계투명성은 감독기관만을 위한 감독목적에서 볼 것이 아니라 일반 기부자까지 아우르는 보다 넓은 의미의 ‘일반목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일반목적 회계보고에서는 여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공통분모로서 충족할 수 있는 정보를 체계적이고 요약된 방식으로 제공하게 된다. 회계보고 목적이 감독목적에 맞추어 설정되면 그 수단으로 극도로 상세한 예ㆍ결산자료와 명세서 등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재무제표를 활용하더라도 감독목적에 맞추어 개조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기부자들의 눈높이에 최적화된, 쉽고 유익한 정보를 생산하기가 어려워진다.

회계투명성의 목적, 즉 회계보고의 목적을 일반목적 개념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그 수단도 이에 맞추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본연의 모습을 갖춘 재무제표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과 같은 재무제표는 평균적인 수준의 회계지식을 갖는 일반 정보이용자들이 조직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한 눈에 개관하고 지속적인 사업수행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토대를 얻도록 하는 정보원천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재무제표는 갖가지 회계항목의 숫자를 단순히 한군데 모아서 일일이 표시하기 보다는, 성격이나 기능이 유사한 것들을 모아 적절히 통합하여 의미 있는 합계정보를 제공하고 하나의 회계항목이 서로 다른 재무제표 간에도 연계되어 표시되도록 함으로써 일반 회계정보이용자들, 특히 기부자들이 비영리조직에 자금을 제공할지 의사결정을 할 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예컨대, 사회복지기관이 지출하는 비용을 노인, 청소년, 장애인 등 복지수혜자에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따르는 비용, 즉 사업수행비용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과 일반관리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으로 유형화하여 보고하면, 일반 회계정보이용자들이 그 사회복지기관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수행하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가 될 수 있다. 전문적인 회계용어로 표현하자면 비용을 표시할 때 ‘성격별’이 아닌 ‘기능별’로 분류하여 표시하자는 것이다. 기능별 비용보고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 간단한 가상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가상사례
ㅣ배경정보ㅣ
■ 일반상황
  • 사회복지법인 A와 B는 매년 동일한 금액의 기부금을 받아 사회복지사업을 운영하며 똑같이 3명의 직원이 사업에 종사한다.
  • 사회복지법인 A와 B는 똑같이 두 종류의 사업(노인복지, 장애인복지)을 수행한다.
■ 인력
  • 사회복지법인 A에서는 1명의 직원이 사업수행을 도맡아서 하고(노인복지사업과 장애인복지사업을 균등한 비율로 수행), 나머지 직원 2명은 각각 일반관리업무와 모금업무를 전담한다.
  • 사회복지법인 B에서는 1명의 직원이 사업수행을 도맡아서 한다(노인복지사업과 장애인복지사업을 균등한 비율로 수행). 그리고 다른 직원 1명은 노인복지사업수행과 일반관리업무를 반반씩 하고, 나머지 직원 1명도 장애인복지사업수행과 모금업무를 반반씩 한다.
  • 직원 3명의 연봉은 각각 4,000원으로 동일하다.
■ 시설
  • 사회복지법인 A와 B는 매년 건물임차료로 6,000원을 지출한다.
  • 사회복지법인 A는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을 위한 건물임차료로 각각 2,000원씩을 지출하고 일반관리 및 모금업무를 위한 사무실임차료로 2,000원을 지출. 일반관리와 모금업무 간에 임차료가 균등하게 배분된다고 한다.
  • 사회복지법인 B는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을 위한 건물임차료로 각각 3,500원과 1,500원을 지출하고 일반관리 및 모금업무를 위한 사무실임차료로 1,000원을 지출. 일반관리와 모금업무 간에 임차료가 균등하게 배분된다고 한다.
■ 복지지원금
  • 사회복지법인 A와 B는 매년 복지지원금으로 매년 4,000원을 지출한다.
  • 사회복지법인 A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지원금으로 각각 2,000원씩을 지급한다.
  • 사회복지법인 B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지원금으로 각각 1,000원과 3,000원을 지급한다.
■ 복지강좌
  • 사회복지법인 A와 B는 매년 노인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복지강좌를 시행하는 비용을 총 4,000원을 지출한다.
  • 사회복지법인 A는 노인복지강좌를 시행하기 위한 강사료로 3,000원을 지출하고 장애인복지강좌를 시행하기 위해 강사료 1,000원을 지출한다.
  • 사회복지법인 B는 노인복지강좌를 시행하기 위한 강사료로 1,000원을 지출하고 장애인복지강좌를 시행하기 위해 강사료 3,000원을 지출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능별 비용보고를 한다면 비영리조직 간에 비교가 가능해지고 이에 근거하여 기부자는 어느 비영리조직에 기부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위 가상사례에서 감독목적 재무제표는 A법인과 B법인 간 아무런 차이도 보여주지 못하므로 기부자에게 유용하지 못한 반면, 일반목적 재무제표를 이용할 경우 기부자는 B법인이 사업수행활동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기관이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되고 이에 근거하여 B법인에 기부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재무제표에 표시된 비용만으로 절대적으로 확신하기는 어렵겠지만, B법인의 경우 더 많은 인력이 사업수행활동에 투입되므로 그 만큼 더 많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기대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기부자가 노인복지사업과 장애인복지사업 중 어느 하나에 더 관심이 크다면, 재무제표에 표시된 각 사업비용의 비중을 고려함으로써 어떤 비영리조직에 기부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위 가상사례에서 B법인은 상대적으로 장애인복지사업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사업수행비용 총액이 동일한 C법인은 상대적으로 노인복지사업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이 재무제표를 통해서 확인된다면 노인복지사업에 관심이 더 있는 잠재적 기부자는 C법인에 기부를 하고자 할 것이다.
기능별 비용보고 외에도 사회복지기관의 순재산 규모와 성격(제약의 유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비영리기관이 사업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재무역량에 대한 기초정보가 될 수 있다. 한편, 학술장학재단이 거액의 투자자산을 보유하는 경우 그 투자자산이 조직의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 현금유동성에 기여하는 정도 등을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간의 연계를 통해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 반면, 현행의 감독목적에 치우치는 회계보고는 위와 같이 회계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감독기관이 비영리조직을 규율하는 수단에 그치게 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러한 정보가 이해가능하지 않아 ‘자료는 있지만 정보가 없어’ 투명하다고 볼 수 없다.
요컨대, 비영리조직의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비영리조직의 회계보고의 목적과 수단을 기부자와 같은 일반 정보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재정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나로 통합된 실체에 대한 재무보고
비영리조직이 회계단위를 구분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감독기관의 감독목적이나 비영리조직 내부관리목적으로는 활용가치가 있지만, 일반목적의 재무보고에까지 회계단위를 구분할 경우 오히려 정보이용자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사립대학은 「법인회계 - 학교회계 - 수익사업회계」로 구분하고 사회복지기관은 「법인회계 - 시설회계 - 수익사업회계」로 구분하는 식이다. 예컨대 어떤 사회복지법인이 그 산하에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청소년복지시설을 설치하고 있고 별도의 수익사업도 운영하는 경우 현행 사회복지기관의 회계제도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의 목적사업, 그 산하시설, 수익사업회계가 각각 별도의 재무보고실체가 되어 보고된다.
일반 정보이용자들이 볼 때에는 하나의 법인이 여러 개의 회계실체로 나뉘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며 오히려 그러한 구분회계로 인해 혼란만 겪을 우려가 있다. 일반 정보 이용자들은 비영리조직 전체의 재무상황과 운영성과, 현금흐름을 한 눈에 조망함으로써 그 조직의 재무적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추가적인 분석과 질문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데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비영리조직의 재무보고가 하나로 통합된 실체에 대한 보고로 이루어진다면, 일반 정보이용자들이 각기 다른 비영리조직의 회계실체 구분에 대해 별도로 이해할 필요가 없이 직접 일대일로 비교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비영리조직 간의 재무보고 비교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맺음말
지금까지 그랬듯이 비영리조직 재무보고가 감독기관의 감독목적만을 위한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감독만을 위한 재무보고를 넘어서서 비영리조직에 자금을 제공하는 일반 기부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재무정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비영리조직의 회계투명성은 소수의 특정 이해관계자 관점에서가 아니라 다수의 일반 정보이용자의 관점에서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하고 난해한 ‘자료’를 쏟아내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정보수요를 공통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필요최소한의 기본 ‘정보’를 체계적이고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회계기준이 바로 이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마련될 때 진정으로 비영리조직의 회계가 투명해 질 것이다.

회계기준원은 일반재무보고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비영리조직 재무보고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2013년 3월 비영리조직회계기준 제정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종류의 비영리조직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통일된 회계기준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13년 11월에 공개초안을 발표한 뒤로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여 기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멀지않은 미래에 비영리조직회계 투명화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